‘컨테이너 화물 처리 목표 45만개에 실제 처리물량 24만개. 목표치의 53% 달성.’
개항 첫해인 지난해 부산 신항의 초라한 성적표다. 전체 부산항의 지난해 실적 역시 목표량인 컨테이너 1,280만개 처리에 크게 못 미치는 1,203만여개로 2년 연속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의 부진은 갈수록 추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2002년 컨테이너 처리량 기준 세계 3위였던 부산항은 2003년 5위로 추락한 이후 좀처럼 상승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부산항의 순위를 밀어낸 경쟁 항만들은 동북아의 거대 공룡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항만들이다.
중국 물류 인프라의 급성장이 점차 우리나라 육ㆍ해ㆍ공 물류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년 10%가 넘는 경제 성장률과 ‘세계의 공장’들에서 쏟아지는 수출 화물은 항만, 철도, 항공 등 연관 물류 인프라의 급성장으로 이어지면서 ‘동북아 물류 허브’를 노리는 우리의 전략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항만의 ‘먹을 거리’인 환적화물을 빼앗아가고 있는 중국 항만은 대표적인 위협 요인이다.
양산항을 등에 업은 상하이항과 중국 경제특구 성장의 상징인 선전항, 북중국과 러시아행 화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환발해권 항만들이 전 세계의 대형 선박들을 끌어들이면서 우리 항만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의 철도망도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하늘길’로 지칭되는 칭장철도를 개통한 중국 정부는 티벳 라싸를 넘어 인도까지 단번에 연결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파키스탄, 싱가포르까지 그야말로 실핏줄 같은 철도 연결에 착수한 상태다.
공사가 완료되면 중국 기업들은 물류 비용 측면에서 ‘대륙의 섬’ 신세인 우리나라 기업들을 크게 앞지르게 될 수 있다.
하늘에서도 ‘오성홍기(五星紅旗)’의 위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 국적기들이 한시적이나마 중국 산둥성행 왕복항공권을 10만원대까지 인하하는 등 출혈 경쟁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중ㆍ미 항공자유화가 시작되면 그 동안 우리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갔던 중국발 환적화물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국제 물류 중심축이 중국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우리나라도 빨리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인천공항이나 주요 항만들의 배후기지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글로벌 물류 전문기업 유치, 전문인력 양성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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