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1일 “지금의 탈당은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탈당파 의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탈당파의 통합신당 추진에 명분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다.
김 의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전대 준비위원회와 중앙위에서 고통스러운 합의 과정을 거쳐 2ㆍ14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자고 결의했다”며 “이 같은 양보와 결단이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상옥추제’(上屋抽梯)라는 어구를 인용, “지붕에 올려 놓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건 일종의 배신 행위”라고 했다.
김 의장의 발언은 외견상으로는 김한길 전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기획 탈당 움직임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는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탈당파를 향해 “명분이 있느냐”며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전대를 치러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진짜 반성하고 거듭나는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결국은 탈당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의장으로 재임한 지난 8개월 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독배(毒杯)는 과연 쓰다는 생각을 했다. 독을 마시면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는 말로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독배를 몇 잔 마셨으니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좀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대 이후 곧바로 공개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지 않고 각계각층의 인사를 만나 통합신당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기득권은 버려야 하지만 책임성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일각의 2선 후퇴론을 일축했다.
김 의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긴급조치 사건 판결에 관여한 법관들의 명단 공개를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한 데 대해 “그 정도 역사 인식이라면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