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64) 박사는 인문학 사회과학에 이공계까지 두루 섭렵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이다. 한 곳만 들어가도 수재로 통하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을 4곳이나 다녔다.
공학 토목학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최고지도자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까지 졸업한 것이다. 또 파리 소르본느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시험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아탈리 박사가 후보 1순위”라는 농담까지 떠돌 정도라고 한다.
44권의 저서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600만부 이상 판매됐다. 그는 <호모 노마드> 라는 저서를 통해 21세기 신인간형인 ‘디지털 노마드(nomadㆍ유목민)’ 개념을 퍼뜨리기도 했다. 호모>
그는 프랑소와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보로 11년 간 사회당 정부에서 일했고, 지금은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기관인 ‘플라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 대표로 활동하는 등 실천력도 겸비했다.
은빛 머리칼에 지적인 풍모가 인상적인 아탈리 박사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비전 2030 국제포럼’에서 한국의 미래와 관련된 기조연설 및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미래학자로도 잘 알려진 그는 수십 년 뒤 한국의 모습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잠재적 리더가 될 수 있는 나라” “2030년에도 세계 10대 주요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근거로 ▦기술력 ▦인적자원 ▦기업가치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정보통신기술 혁신능력에 더해 바이오테크놀로지 로봇산업 우주산업 같은 미래 핵심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은 지식산업과 국방 문화 도시공학 분야에서 첨단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탈리 박사는 한국 사정에도 해박했다. 고령화ㆍ저출산, 분배 불평등,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폐쇄성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는 먼저 “세계가 빨리 변화하면서 사회적 약자는 더욱 약해지고, 부유한 계층은 더 많은 부를 쌓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분배 불평등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라고 꼬집으며 “부유층의 세금을 더 늘리면 이를 통한 분배가 가능해진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모델을 성공적으로 학습한 한국은 부의 적절한 분배와 더 나은 삶의 질에 이르기 위해 유럽형 사회모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빈민층 소액융자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와의 30년 인연을 소개한 뒤 “소액융자는 빈곤과의 투쟁에서 훌륭한 도구”라며 한국에서도 이 운동의 확산을 기대했다.
그는 또 “여성 1인당 아이를 1명밖에 낳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한 국가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라며 가족정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밖에 “외국인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도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며 “새 대통령은 이웃국가의 투자자와 이민자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통일에 대해 그는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나 남북 간 무력충돌은 한국의 번영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보유를 비군사적 방법으로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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