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ㆍ15 대책 이후 공급 중시 쪽으로 선회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 다른 형태의 주택수급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의 문제가 '전반적인 공급부족'이었다면 앞으론 '한쪽에서는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자라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요는 교육ㆍ주거 환경이 좋은 중대형 아파트로 집중되지만 공급될 주택이 이 같은 '퀄리티(Qualityㆍ질)'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장기적으로 '서울 요지=상승, 서울 외곽 및 지방=하락'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는 오히려 공급초과
우선 2001년 이후 집값을 끌어올린 공급부족은 내년부터 오히려 공급초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11ㆍ15 대책에서 제시한 '주택공급 로드맵'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공급은 올해 29만7,000호에서 2008년 39만2,000호, 2009년 36만4,000호, 2010년 40만3,000호 등으로 증가한다.
정부가 수도권의 주택수요를 연간 30만호로 추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오히려 공급이 초과되는 셈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 총 260만호의 임대주택이 추가 공급된다.
2018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공급초과가 만성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에 대한 수요 측정을 제대로 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수급편차→집값 양극화 심화
공급초과가 되면 집값이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이 오히려 특정지역의 집값 급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이제 주택의 숫자를 세던 시대는 지났다"며 "몇 채를 더 짓냐 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집을 공급하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보면 교육ㆍ주거 환경이 우수한 서울 중심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20~30대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주택 교체수요 연령대인 40대는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5년 733만 명이던 20대는 2015년 645만 명으로 감소하고, 30대는 821만 명에서 785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40대는 2005년 802만 명에서 2015년 847만 명으로 증가한다.
명재광 저스트알 이사는 "2001년 이후 강남 중심의 집값 급등은 더 좋은 학군, 더 넓은 평수로 옮기려는 40대가 유례없이 급증했기 때문이며 이 같은 수요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공급대책에는 이 같은 '퀄리티'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규제로 민간 부문이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고, 공공물량의 증가로 택지에서도 공공이 민간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늘어날 서울 외곽 및 지방의 집값과 수요는 계속되지만 공급은 제한될 서울 중심의 집값간 양극화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환 교수는 "정부가 임대주택 비율이 22~36%에 달하는 영국, 네덜란드 사례를 들지만 두 나라는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보다 집값이 더 올랐다"며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국지적 공급대책이 따르지 않으면 지금의 공급확대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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