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쥐게 됐다. 이에 따라 차베스 대통령은 절대군주에 버금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사회주의 국가건설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돼 야당과 미국의 반발이 더 거셀 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31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향후 18개월간 법률 제정 권한을 위임하는‘대통령 특별입법권’법안을 통과시켰다. 특별입법권은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포고만으로도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이다. 이로써 차베스 대통령은 ‘말이 곧 법’이 되는 전제적 통치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번 법안은 수도 카라카스 시내 광장에서 진행된 특별의회에서 반대파인 야당이 빠진 가운데 거수 투표로 진행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절대왕정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초법적 권한을 쥐게 된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이 주창해온 ‘21세기형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별입법권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18개월간 경제 에너지 국방 등 11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같은 초법적 권한을 이용해 통신과 전력의 국유화,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 부자들에 대한 중과세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에너지 산업의 국가 통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엑손과 BP, 셰브론 등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은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이들 기업으로부터 지분을 사실상 강탈하는 법을 포고할 계획이다. 또 밑으로부터의 개혁과 부의 평등을 내세우며 지방행정구조를 개편, 각 지역에 공동체 협의회를 구성토록 했다. 기존 사회구조를 전면 개편해 사회주의식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3선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연임 제한을 철폐해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가 공산주의 국가로 변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독재시대로 들어섰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도 “극단적인 포퓰리즘을 수출해 온 차베스의 행동은 남미지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루 수백명의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이민 비자를 받기 위해 스페인 대사관 등에 진을 치고 있는 등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특별입법권
▲의미 : 대통령 포고만으로 법률 제정 가능
▲내용 : 향후 18개월간 경제 사회 국방 등 11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권 보장
▲예상되는 입법안
-국내 통신사 및 전력 부문 국영화
-부자들에 대한 세금 중과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국가통제권 확대
-지역 공동체 협의회 구성
-은행, 세제, 보험, 금융규제 등 경제부문의 개혁
-무기류 규제, 군기구 등 안보ㆍ국방 문제에 대한 무제한적 결정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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