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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에서 해외 드라마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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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에서 해외 드라마 냄새가…

입력
2007.01.3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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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일부 스토리나 설정, 특정 장면의 연출기법 등이 다른 작품과 흡사한 경우 표절로 볼 수 있을까. 현재 방영중인 몇 편의 드라마에 대해 일부 네티즌이 잇따라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드라마의 표절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KBS2 <꽃피는 봄이 오면> 에서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정도(박건형)와 준기(이한)가 연수원 첫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초대 대법원장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준기의 자신만만한 답변에 교수는 “목숨을 걸 수 있느냐”고 되묻는데, 이 장면은 미국 영화 <금발이 너무해> 의 에피소드를 쏙 빼닮았다.

<달자의 봄> 은 달자(채림)가 유부남인 기중(이현우)을 좋아하고 기중의 아내가 달자의 회사 옥상에서 자살소동을 벌이는 것 등이 일본 드라마 <아네고> 와 비슷하다. 또 SBS <외과의사 봉달희> 는 인물 설정, 주인공의 내레이션, 배경음악으로 올드팝을 사용하는 점 등이 국내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는 드라마 표절에 관한 이렇다 할 기준이 없어 이들의 표절 여부를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표절 시비는 끊이지 않았지만, 일본 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 를 베꼈다는 논란 끝에 조기종영 한 MBC <청춘> (1999), 법원이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 를 표절한 사실을 인정해 9억여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MBC <여우와 솜사탕> (2002)을 제외하면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더욱이 최근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작품들은 스토리 전개나 대사가 아니라 일부 설정과 연출 기법, 특정 장면의 유사성이 문제가 된 경우여서 표절 판정은 더욱 어렵다. 제작진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외과의사 봉달희> 의 윤우택 제작부장은 “설정이 비슷하다고 표절이라고 한다면 요즘 메디컬 드라마는 모두 <종합병원> 과 의 표절이다”고 항변했다.

표절 시비가 잦아진 것은 수사나 메디컬 드라마 등 소재의 영역이 넓어진 국내 드라마 산업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이 과정에서 앞선 해외 드라마의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 또 시청자들이 케이블TV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해외 드라마를 접하면서 국내와 해외 드라마의 세세한 부분까지 비교, 과거와 다른 양상의 표절 시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노도철 MBC PD는 “PD들도 많은 해외 작품을 보며 드라마의 경향을 연구한다. 다만 그것이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느냐, 단순 모방에 그치느냐가 다르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경우 다른 작품의 일부를 차용하는 관례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음악 분야에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다른 곡의 일부를 발췌해 사용하는 ‘샘플링’사례가 있다. 영화는 <미녀는 괴로워> 처럼 스토리 전개가 달라도 설정이 비슷하면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를 하거나, ‘오마주’처럼 특정 장면을 ‘공개’적으로 인용하기도 한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흡사한 설정이나 장면도 “인간사야 다 비슷비슷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얼버무려진다.

결국 최근의 표절 시비는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내용 면에서는 유사품 또는 복제품이 양산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셈이다. 노도철 PD는 “해외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외국 드라마와 유사한 작품들로 호응을 얻을지 의문”이라며 “저작권 개념이라도 제대로 세워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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