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다는 예보가 두 번 연속 어긋났다. 수백억 원 하는 수퍼컴퓨터로 예측한 날씨이니 오죽 정확하랴, 믿고 눈썰매장을 찾았던 아이들은 울상이 돼 버렸다.
졸지에 기상청 관련자들은 '양치기 늑대 소년'이 됐고, TV뉴스 기상캐스터들 또한 멋쩍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쯧쯧. 그러니, 암만 성능 좋은 컴퓨터라고 해도 믿을 건 못 된다.
앞으론 이렇게 해보자. 우선, 기상청에 있는 수퍼컴퓨터를 모두 치우고,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할머니들과 연락망을 구축하자. 그런 다음, 전날, 할머니들의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거다.
할머니, 허리는 좀 어떠세요? 으응, 좀 쑤셔. 무릎은요? 좀 뻑적지근하네. 으음, 그럼 내일 날씨는 좀 흐리겠군. 물론, TV뉴스 기상캐스터들도 할머니들로 모두 바꿔야한다. 에구, 여기 허리가 많이 쑤시는 걸 보니 내일은 틀림없이 눈이 오겠네요. 야야, 싸게싸게 서까래 준비해라.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TV뉴스에 나와 날씨 예보하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얼마나 좋은가? 수퍼컴퓨터 예산도 절감하고, 할머니들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험상, 그 아무리 성능 좋은 기계라 해도, 이름 없는 할머니들의 직감을 당해내진 못한다. 기상청은 어여 빨리 할머니들과 연락망을 구축해라.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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