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생명을 바친 한국인 유학생 고 이수현씨의 짧지만 숭고한 삶을 담은 영화 ‘너를 잊지 않을게’가 27일부터 일본 전국 148개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미국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 최혜영(45) 소토코토픽쳐스 사장은 공동 프로듀서로서 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팀 내에서 한국측 대표의 역할을 했던 그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끝에 탄생시킨 작품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4년 여에 걸친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영화를 만들자고 수현씨의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과 한일 두나라의 정서에 모두 맞는 대본을 만드는 것이었다”는 그는 “결과적으로 부모님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로 완성돼 무엇보다 안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수현씨의 본 모습과 가장 닮은 영화를 그리겠다고 부모님께 다짐했다”는 그는 “그 과정을 거친 후 수현씨가 지켜줘서 순조롭게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영화제작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수현씨가 지켜줘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기해 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태풍이 몰아쳤던 부산 로케 당시 촬영을 시작할 때면 날씨가 맑아지는 등 진짜 ‘기적적인’ 일이 많았다”는 그는 “연기자와 스태프 모두가 수현씨를 가슴속에 품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일본 천황이 시사회에 참석해 준 것도 커다란 기쁨이었다. 제작팀은 지난해 가을 몇 차례 편지를 보내 천황의 시사회 참석을 요청했다. “설마 시사회에 올 줄은 정말 몰랐다”는 그는 “시사회가 끝나고 수현씨 부모님 등 한국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해 준 천황 부부의 모습이 인상에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천황 부부는 “한국에서도 이 영화 개봉되느냐” “이 영화가 두 나라 사이에 평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서 영화에 대한 반응은 매우 고무적인 것 같다. 성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최씨는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영화를 못보고 있다고 하구요, 영화가 끝나도 사람들이 감동에 겨워 금방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1985년 니혼대 예술학부 사진학과에 유학왔다가 영화계에 빠진 그는 미국과 일본, 한국을 넘나들면서 영화제작을 위한 공동작업 등을 해왔다. 2001년부터 실제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 만들기에 주력해 온 그는 “우리가 기려야 하는 소중한 젊은이인 수현씨를 영화를 통해 역사에 남겼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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