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근 조직폭력배와 관련한 여러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조직범죄의 사회적 수요와 이에 대응한 형사사법체계 등을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 그들의 범죄수익 동결 및 몰수와 관련한 연구, 그들 고유의 행태와 관련한 하위문화 연구, 그리고 필자의 소득원에 관한 연구가 그것이다.
이들 연구가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필자는 연구의 성과가 여러 사람과 공유된다는 기쁨보다는 혹여 연구결과가 또 하나의 조폭과 관련한 '신화(myth)'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특히 거의 모든 언론매체에 '조폭 월수 400만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연구결과가 보도되는 것을 보고 더욱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그간 우리는 TV드라마, 영화 등에서 조직폭력배가 신화화되는 것을 보아왔다. 화려하고 부유한 삶, 엄격한 위계질서, 약자를 돕는 정의로움, 구성원간의 끈끈한 의리 등.
그러나 조사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들의 대부분은 부유하지도 않았고, 상명하복이 명확하지도 않았으며, 정의롭지도 않았다. 더욱이 이들이 그렇게 소중히 여긴다는 의리는 금전 앞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필자는 이들의 소득원과 관련하여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첫째, 과연 이들은 과거와 달리 현재 어떠한 분야에서 소득을 얻고 있는가. 둘째, 이들이 거두어들이는 소득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셋째, 이러한 소득원을 관리함에 있어 조직의 구조는 어떻게 변하고 있고 조직환경과는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사회학, 심리학을 전공한 조사팀이 약 보름 동안 7개 교도소(1개 교도소는 재소자들의 집단적 거부로 조사를 전혀 못함)를 방문하여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진행하였다. 14쪽이나 되는 설문조사 외에 면접조사를 병행한 것은 설문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대 혹은 과소 측정의 문제를 보정하기 위함이었다.
언론매체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조폭 월수 평균 400만원이라는 기사는 사실 많은 설문조사 문항 중 극히 일부분의 내용이다. 특히 본 결과는 필자가 보고서에 명시하였듯이 과대계상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 해석상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조직폭력배의 기본 속성상(특히 재소자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과대하게 답할 가능성이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필자와 조사팀이 심층면접 과정에서 밝혀낸 여러 사실 중 하나는 이들 조직폭력배의 소득원이 과거와 달리 다양화되었고, 전반적인 규모 또한 적지 않으며, 그 운용에 있어서도 네트워크화된 조직구조를 이용하여 점차 사회 내 합법적 기제로 침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개개 폭력배의 생활은 일반 보통 사람의 생활수준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들의 가정생활 또한 정상적으로 영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 연구는 조직폭력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함이었다.
혹여 월수 400만원이라는 기사가 대중매체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에게 '이도 저도 안 되면 나도 조폭이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잠재적으로라도 자리잡게 하거나, 일반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었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필자의 잘못이고 책임이다.
더 정확하고 부단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언론 등 대중매체도 정보의 전달에 있어 더 세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신화 탄생을 경계하는 바이다.
박경래ㆍ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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