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님, 성과금을 드릴 테니 다른 데 가지 마세요.”
경기 수원시 권선구 평동 이필근(49ㆍ5급) 동장은 지난달 17일 통장회의 때 성과패와 성과금 300만원을 받았다. 통장 58명이 지난 3년 간 고생한 이 동장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
통장들은 “그동안 낙후된 평동을 발전시키느라 고생 많았다”면서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이곳 동장을 계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동장이 평동에 전근 온 것은 2004년 4월. 10개 자연마을로 구성된 평동은 수원비행장의 비행기 소음에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도축장, 공동묘지가 있고 여름철이면 수해가 되풀이 되는 등 민원 다발 지역이어서 공무원들의 기피대상 1호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동장이 부임한 뒤 평동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영세민이 많은 지역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랑의 119봉사대’를 창설했다. 반찬을 제공하고 장판과 도배도 해주고 외로운 노인네들을 찾아가 돌봐드리는 ‘사랑의 차 한잔’, 특정일에 자장면을 사주는 ‘자장면 데이’ 등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주민들은 동네 돕기에 발벗고 나서는 이 동장을 돕기 위해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아 봉고차를 구입해 봉사대에 기증했고, 지금도 매달 100만원씩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알려지면서 평동은 새마을지도자 단체상 5회, 자원봉사자 단체상 2회, 권선구 종합평가 최우수상 등 각종 단체표창을 도맡아 받았다.
이 동장은 “통장들이 시장에게 찾아가 전근시키지 말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들어 부담이 많다”면서 “서로 믿고 도우면 좋은 동네가 된다는 사실이 증명됐으니 할 일은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