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에서 분당 수준의 대규모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근태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전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우선 과제지만 이 조차 변수가 많은데다 전대 이후의 진로에 대한 밑그림도 아직 그리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 의장은 2ㆍ14 전대의 성공적인 개최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질서 있는’ 통합신당이라는 그간의 주장에도 부합하지만, 의장 신분으로 다른 길을 찾기는 어렵다. 한 측근의원은 “전대가 무산될 경우 대선행보는 꿈도 꿀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장측에선 31일 희비가 교차했다. 민평련 소속인 장영달 의원이 새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당내 입지가 넓어진 반면 신당 강경파의 집단 탈당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 김 의장은 “중앙위 결의를 폄하하는 분들이 있는데 솔직히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탈당파에 대해 전에 없이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김 의장은 당분간 ‘원칙’과 ‘명분’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전대 이후에나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고, 설령 대규모 탈당으로 전대가 무산되더라도 개혁 정체성에다 대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쥐어야 12월 대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략인 셈이다.
세력관계 측면에선 친노 직계는 물론 정책위의장 선임이 유력한 김진표 의원 등 중도실용파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개혁 정체성과 실물경제 감각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인데, 장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2월 임시국회가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대 이후 사수파와의 갈등 때문에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김 의장에게도 탈당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공개 요구하는 정공법을 택할 개연성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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