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줄여 나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정부의 개입 정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내놓은 '한국 정부규모 진단' 보고서에서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 수준을 재정지출과 규제의 정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두 부문 모두에서 한국에서만 정부의 역할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지출의 증가 속도에서 한국은 OECD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29.4%(2003~2006년 평균)로 같은 기간 OECD 평균(40.8%)에 크게 못 미쳐 조사대상 28개국 중 23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OECD 회원국 평균이 1993~1997년 GDP 대비 41.9%에서 40.8%로 0.9%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한국은 이 기간 21.5%에서 29.4%로 7.9%포인트나 급증했다. 또 국가 채무도 97년말에는 GDP의 12.3%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30.7%로 급격히 증가했다.
가격 통제와 각종 인허가 규정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규제 측면에서도 한국은 정부의 힘이 가장 빨리 늘어나는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 정부의 규제 수준은 절대적인 측면에서는 OECD 회원국 가운데 12위로 중위권으로 분석됐지만, 다른 회원국이 규제를 철폐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1998~2003년 사이 OECD 회원국 대부분은 규제 완화에 나섰으나, 우리나라는 2000년 7,100건이던 각종 행정규제 건수가 2006년에는 8,100건으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는 재정지출 보다는 직접 규제에 의존해 정책을 달성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재정지출을 규제의존도로 나눠 지출 대비 규제의존도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0.7을 기록, 일본(0.9) 벨기에(1.1) 스웨덴(1.3) 영국(2.2) 미국(2.3) 등 다른 OECD 국가보다 높았다.
이동원 수석연구원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영미계 국가가 큰 정부를 추구한 유럽 국가에 비해 탁월한 경제운영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재정지출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작고 강한 정부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