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은 해외에서 어렵게 벌어서 해외에서 헤프게 썼다. 또 단기 빚도 크게 늘어났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187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1억 달러 늘어났다.
2005년 처음으로 적자 100억 달러를 넘어선 후 매년 빠른 속도로 적자폭이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반여행경비와 유학ㆍ연수비로 구성되는 여행수지 적자는 전년보다 33억2,000만 달러 늘어난 129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씀씀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주 수입원인 상품수지는 흑자폭이 크게 줄었다. 원화가치 상승 등 대내외적인 어려운 여건 속에도 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14.5%나 증가했지만,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더 크게 늘어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보다 34억7,000만 달러 줄어든 292억1,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여기에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 및 배당 등을 합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2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인 60억9,000만 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내국인 해외투자는 34억8,000만 달러 유출초과를 기록했다. 증권투자 수지도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주식투자자금 회수 등으로 225억4,000만 달러 유출초과를 나타냈는데, 이는 전년 17억3,000만 달러에 비해 13배나 규모가 커진 것으로 자본의 '한국 이탈' 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해외단기차입금이 크게 늘면서 기타투자수지가 476억8,000만 달러 유입초과를 기록, 전체 자본수지도 186억2,000만 달러 유입초과를 나타냈다.
이처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면 당연히 국내에 유입되는 외화가 늘어나면서 환율하락 압력이 커지게 된다. 환율하락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기 때문에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지난 한해 외환보유고도 221억1,000만 달러가 늘어 외환 투자효율성도 그만큼 나빠졌다. 특히 환율이 급락했던 12월 한달간 외환보유고는 48억5,000만 달러나 늘었다.
정부는 넘치는 외화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해외투자 활성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엉뚱하게 금융권의 해외단기차입금이 늘면서 여전히 환율하락 압력이 가중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해외투자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올바른 정책방향이지만, 일본의 노무라처럼 전문적 지식을 갖춘 대형 금융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같은 시스템이 미비해 해외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낮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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