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2배 이상 노력해도 현상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다."
30일 오후2시 태국 방콕의 로얄오키드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한화의 첫 글로벌 전략 회의. 김승연 그룹 회장은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과 최웅진 한화종화 대표를 비롯한 그룹 핵심 임원 50여명에게 비상한 각오를 갖고 뛰어줄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만 하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부터 버리라"며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동하고 해외에서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한화가 되기 위해서는 CEO부터 글로벌 감각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CEO들이 대거 비행기를 탔다.
김 회장은 "지속 성장을 위해선 현재 10%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중을 2011년까지 40%까지 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올해 사업은 사실상 모두 해외에서 한다고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20여개 계열사가 올해 해외 사업 전략 등을 보고하는 도중 김 회장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일부 CEO들이 쩔쩔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회의는 예정된 시간은 훌쩍 넘어갔고, 31일 새벽 5시가 돼서야 끝났다. 무려 15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 뒤 김 회장은 "올해는 한화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수립한다는 각오로 더 열심히 뛰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일형 그룹 부사장은 이와 관련, "김 회장이 마라톤회의를 주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오너의 위기 의식이 CEO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회의였다"고 밝혔다.
사실 김 회장은 올해 '글로벌 한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말부터 귀국 일정을 못박아 두지 않은 채 그룹의 글로벌 경영 구상을 위해 일본과 동남아 순방을 시작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룹은 ▦계열사별 경영 전략 업그레이드 ▦해외 사업 프로세스 재구축 및 조직정비 ▦해외사업을 전담할 컨트롤 타워 구축 등에 주력키로 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석유화학 한화무역 한화건설 대한생명 등 10개 계열사가 단독 또는 컨소시엄으로 도시개발 플랜트건설 자원개발 환경사업에 대한 사업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글로벌 한화의 경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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