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방을 날치기한 후 뒤쫓기던 절도범이 하수관에 5시간 동안 숨어있었으나 하수관 누수와 균열을 탐사하는 하수관로 로봇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30일 오전 한모(57)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상계백병원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던 박모(69ㆍ여)씨의 손가방을 낚아채 달아났다. 박씨는 소리를 질렀고, 주변의 시민들은 한씨를 뒤쫓기 시작했다. 200m 가량 내달리던 한씨는 행인에게 붙잡히자 옷까지 벗어 던진 채 병원 인근 당현천의 우수(雨水) 배출관으로 기어들어갔다. 우수관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지름 60cm의 크기이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시민들로부터 한씨가 우수관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 도주에 대비해 주변 맨홀 뚜껑마다 지켜선 뒤 노원구청에 하수관로 조사 협조 요청을 했다.
노원구청은 곧바로 하수관 탐사로봇을 동원해 맨홀 뚜껑을 일일이 열고 하수관마다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은 하수관의 누수와 균열 등을 탐지하기 위해 노원구가 2004년 3,500만원을 들여 도입한 첨단장비로 길이 60cm, 높이 40cm, 무게 15kg에 360도 회전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경찰과 노원구청 치수방재과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추적팀’은 한씨가 배출구에서 40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가벗은 채로 웅크리고 있는 한씨를 5시간 만에 발견했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우수관 내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구청에 하수관로 도면을 요청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로봇이 출동해 범인을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한씨에 대해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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