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한 목소리로 ‘1월 효과’를 강조하며 강세장을 점쳤던 증권사들이 한달 만에 슬그머니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월간전망 보고서에서 2월 증시도 1월에 이어 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중금리의 상승세와 글로벌 긴축 움직임을 주가반등의 첫번째 제약요인으로 꼽았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설을 앞두고 단기자금 수요가 늘면서 금리 상승세가 2월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하 시기 지연이나 중국, 일본의 긴축 가능성도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월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수급 불균형은 다음 달에도 여전히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 규제대책으로 시중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해외펀드로 과도한 자금이 쏠리면서 나타난 수급 불균형은 빠른 시간 안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규모 프로그램 차익잔고 부담을 덜었다는 점과 외국인이 지난해 12월 이후 순매수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상장기업의 실적 전망 악화도 증시에 부담이다. 현대증권 김지환 연구원은 “2007년 상장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16.3%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초에 비하면 소폭 하향 조정된 것”이라며 “결국 부진한 이익 전망치가 주식시장 부진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한 중국,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 증시의 조정 가능성도 국내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투자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주식 매수자금 대출 중단, 베트남 정부의 증시 안정대책 발표 등 이머징 마켓의 과열 진정책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초 증시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는 동안 “대세상승 기조는 변함 없을 것”, “조정은 저가매수 찬스”라고 주장해온 증권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보유중인 주식을 부지런히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기관은 올들어 2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1조5,000여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에 개인은 9,500여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 보고서를 믿었던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시황이 좋지 않아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자신들이 내놓은 예측에 대한 신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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