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반시설 분야에서의 파업에 대처할 수 있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26일 공포되면서 노동계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경제불안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가기반시설 범주는 에너지 교통 통신 금융 의료 분야를 아우르지만 실무팀 일각에서는 자동차와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포함시키자는 안이 논의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국가 재난의 범주를 임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노동 기본권을 억압하는 반민주적 처사”라며 강력 반발, 최종 확정되는 데는 난항이 예상된다.
어떤 분야가 포함되나
국가기반시설 지정 기준은 다른 시설 등에 미치는 연쇄효과, 중앙행정기관 2곳 이상 공동대응 필요성, 국가안전보장과 경제ㆍ사회에 미치는 영향, 재난발생ㆍ복구 용이성 등이다. 현재 지정이 추진되는 곳은 정유생산ㆍ비축시설 등 에너지 관련시설 93곳, 정보통신분야 22곳, 교통수송 관련 100곳, 금융 44곳, 산업 65곳, 의료ㆍ보건 319곳, 원자력발전소 4곳, 건설ㆍ환경 148곳, 식ㆍ용수 시설 101곳 등 모두 896곳이다.
의료ㆍ보건 분야에서는 전국 대형종합병원 286곳과 혈액원 21곳, 백신제조업 12곳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분야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뿐 아니라 국민ㆍ신한ㆍ우리 등 시중은행과 대형증권사 32곳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및 자동차 분야의 하이닉스, 현대ㆍ기아차 등의 포함여부를 놓고 노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공익 우선 풍토 조성, 환영"
재계는 불법 파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기업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 있다며 법 통과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노동자의 파업권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제와 공익을 우선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며 “자동차, 반도체, 중공업, 철강 등 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민간기업이 논의되는 것은 국가경제 발전과 공익을 위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최근 현대차 파업 등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국내 기업들이 경제적 손실은 물론 대외 이미지도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며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이 같은 관행을 단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개정법에 따라 대체인력이 투입돼도 생산성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노조원들의 파업이나 집단 행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강행하면 철회투쟁"
노동계는 “정부가 법을 제정해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재난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이 법을 개정해 적용한다면 모든 민간 사업장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사실상 노동3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필수공익사업장 근로자가 파업할 경우 파업인원의 절반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노사관계법을 개정해 놓고 또다시 재난 및 안전관리법을 제정하는 것은 법체계 상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박영삼 대변인은 “정부가 광범위한 민간기업의 국가기반시설 지정을 강행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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