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고객님, 신용카드 대출 한도가 상향 됐습니다.”
각종 스팸메일 발송으로 네티즌 사이에 악명을 떨쳤던 ‘스팸여왕 김하나’가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0일 대용량 스팸메일 발송 프로그램을 개발, 16억통의 스팸메일을 무차별 발송하고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컴퓨터 프로그래머 박모(21)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범행을 공모한 권모(27)씨를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1억원을 주고 개인정보를 수집한 대출업자는 전국에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인 박씨와 권씨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100여차례에 걸쳐 16억통의 대출 알선 스팸메일을 보낸 뒤 수신자 1만2,000명으로부터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박씨 등은 포털업체가 스팸메일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보강하자 네트워크를 통해 스팸메일을 고속 전송하는 신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관공서와 중소기업, 포털업체 제휴 사이트 등 컴퓨터 318대를 해킹해 ‘숙주’로 만든 뒤 이를 통해 메일을 분산 발송했다. 여기에 금융기관을 사칭해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토록 하는 ‘피싱’ 수법까지 가미하기도 했다. 박씨는 숙주 컴퓨터에 숨겨둔 메일발송 기능을 암호화해 발견되더라도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박씨는 고교 2학년 때부터 김하나란 가명으로 자신이 개발한 스팸메일 발송 프로그램을 이용, 성인사이트 광고메일 및 대출 스팸메일을 발송해 그동안 ‘스팸지존’으로 악명을 떨쳤다. 박씨는 언론과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졸업 때까지 활동을 멈췄으나 방위산업체에 취업하면서 다시 스팸메일 프로그램 제작에 손을 댔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김하나라는 가명 때문에 박씨는 여성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병역특례로 월급 63만원을 받는데 임금이 체납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메일을 발송했다”고 진술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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