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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차라리 '야당선언'은 어떤가

입력
2007.01.3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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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경에도 신당 논의가 한창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넉 달 정도 지났을 당시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는 민주당원이던 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언행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후보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걱정된다." 한 전 대표는 다음 해 총선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려면 '탈(脫) 노무현'을 내세워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함께 이어진 말은 "신당은 노무현당인데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명분도 이념도 없어 실패할 것"이라는 예견이었다.

● 평균적 정치고질의 반복일 뿐

하지만 그의 예견은 틀리고 말았다. 그 해 11월 민주당에서 뛰쳐나와 불과 47석으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이 몰아친 선거에서 152석을 획득, 원내 과반의 제1당으로 도약하는 대성공을 기록했다. 대신 모당(母黨) 민주당은 9석의 미니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와 그의 예견은 정확하게 맞았다. 창당 3년 여 만에 여당은 다시 신당 태풍이 한창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민주당에 와서 DJ 팔아 국회의원 된 사람들이 이제는 민주당을 해체하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 때 신당파에게 민주당은 반개혁 지역주의 정당이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새 정당이 열린우리당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신당파가 주장하는 민주개혁평화 세력의 대통합 대상이 바로 그 민주당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명분도 이념도 없어 실패할 것"이라는 한 전 대표의 진단은 지금 열린우리당에 대입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최근 천정배 전 원내대표와 염동연 의원의 탈당에서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부연이 필요 없다. 두 사람은 모두 대통령의 측근 대리인 격인 창당 주체세력이었다. 집권당의 대소동, 해체기에 나오는 특유의 소음들이 요란하다.

그러나 이 소동도 그리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1963년 이후 명멸한 우리 정당의 평균 수명이 3년1개월 정도인데, 생성에서 해체까지 열린우리당의 생체주기도 이 평균과 거의 같다.

뿐인가. 거창한 구호와 요란한 정강정책, 거품 투성이의 미사여구로 장식된 창당선언문, 그리고 한 순간 모든 것을 몽땅 부정하고 이리 몰리고 저리 흩어지는 이합집산의 행태 역시 판에 박은 한국 정당정치의 구태 그대로다.

탈당의 변들도 여전하다. "창당 때나 지금이나 소신과 행동은 동일하다."(천 전 대표) "국민은 우리당에 퇴출명령을 내렸다."(염 의원) 그래서 하는 말이 창조적 해산, 발전적 해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듣고 그저 알 수 있는 것은 평균적인 한국 정치고질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간단한 사실이다.

국민의 명령과 심판을 성실히 이행하려면 열린우리당이 취할 행동은 해체나 해산이 아니다. "이윤을 못 낸 기업이 파산의 운명을 피할 길이 없다"는 말은 상업의 세계에서 맞다. 하지만 정당은 기업이 아니다.

정당은 회사 차려 장사하고 수지 맞추는 기관이 아니다. 정당의 세계에서 국민의 퇴출령은 권력을 내놓으라는 요구이지, 새 간판 달고 나와 재주 부려 권력을 유지하라는 뜻이 아니다. 정당의 세계에서 이는 국민과 합의된, 선거라는 게임의 룰이다.

● 국민의 퇴출령, 제대로 새겨야

정당은 권력 추구를 허용 받은 제도이자 기관이지만 여당만이 정당의 존재이유는 아니다. 집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국민의 선택에서 멀어지면 야당을 하는 게 정당이다. 성실한 야당, 충성스러운 야당도 민주체제의 중요한 제도이다.

스스로 인정하듯 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서 버림 받은 정당이다. 신당 한다, 탈당 한다, 연명의 변신을 꾀할수록 구차하고 비겁해진다. 지금 그대로 차라리 야당을 선언하면 어떤가.

"국민의 뜻에 따라 야당을 하겠습니다. 이대로 다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도 심판하신다면 기꺼이 야당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전후좌우 모든 것이 깨끗하고 명쾌해진다. 그것이 국민의 선택권도 보장하는 길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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