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은 또 다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전날 잠들기 전 들은 기상청의 예보는 “수도권과 강원 지방에 대설 특보가 내려질 것”이었다. 그러나 깨어보니 땅이 약간 젖어 있을 뿐 눈이 내린 흔적은 찾을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지난 주에도 기상 오보로 톡톡히 망신을 당했던 기상청이 또 다시 예보를 잘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29일 밤과 30일 새벽 사이에 경기 북부에 3~8㎝, 서울 영동 서해5도 지방엔 1~5㎝ 가량 눈이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날 서울 0.3㎝(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기준) 등을 비롯해 적설량은 ▦홍천 4㎝ ▦인제 2.5㎝ ▦동두천 2.5㎝ ▦양평 1.7㎝▦영월 1.6㎝ ▦춘천 2.5㎝ 에 불과했다.
그나마 기온이 예상보다 올라가 눈 대신 비만 약간 온 곳이 많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1도 차이만 나도 적설량에 큰 변화가 오기 마련”이라며 “눈이 내리다가 녹아 비로 변한 경우도 있고, 눈이 내렸지만 소량에 지면 온도가 높아서 금방 녹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아침 최저 기온은 ▦서울 1도 ▦동두천 영하 2.1도 ▦양평 영하 2.4도 ▦홍천 영하 4.4도 ▦인제 영하 4.5도 ▦춘천 영하 3.7도 등이었다.
실제 기온이 예상 기온보다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청은 그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을 꼽았다. 이번 겨울 들어 찬 대륙 고기압 세력이 약화하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0일 새벽 서울 등 수도권 지방에 눈이 오지 않은 것도 이런 현상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모든 이상 기상 현상을 엘니뇨 탓으로 돌리기에는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이상 기상 발생을 엘니뇨 현상과 연관짓지만 아직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변동이 지구 대기 순환에 영향을 일부 주는 요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엘니뇨의 진원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국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기상청은 기온이 뚝 떨어져 31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아침 예상 기온은 서울 영하 7도를 비롯 ▦부산 영하 1도 ▦대구 영하 4도 ▦광주 영하 3도 ▦대전 영하 6도 ▦울산 영하 2도 등이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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