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다양한 정치해석, 특히 독자행동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민감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이는 고건 전 총리의 퇴장 이후 떠오른 ‘손학규 여권후보론’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손 전 지사는 30일“한나라당이 무조건 집권해야 한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집권해서 선진국을 만들고 부자나라를 만드는 것이 근거가 되야 한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그러나 손 전 지사측은 따로 이에 관한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했고, 특별히 이 발언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모든 목표를 정권쟁취에 두겠다”고 했는데 그는 “그게 아니다”고 한 것이다.
손 전 지사측은 자료를 통해 “단순히 한 정파의 입장에 머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나라당 울타리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전날 발언을 보면 이 같은 메시지가 더 뚜렷하다. 손 전 지사는 29일 강재섭 대표의 불가론 천명에도 불구하고,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나 강봉균 의원과 같은 이들은 당에 받아야 들여야 한다”며 “나와 진대제 전 장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함께하면 드림팀”이라고 했다.
본인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의도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손 전 지사의 이런 행보의 목적은 무언이고, 다음 착점은 어디일까.
정치권에는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차별화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단기적으로 보면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범 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14.9%를 기록,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정국상황과 손 전 지사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당내 구조와 풍토 상 이전과 같은 정공법으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지지도 격차를 줄이기 쉽지않다는 판단에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6월 당내 경선을 감안하면 시간도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보폭을 넓혀 정국의 중심에 서면서, 당을 뛰어넘는 다른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양수겸장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 전 지사는 앞으로 여권 발 정계개편 향배에 따라, 그리고 본인의 한나라당 내 입지변화 여부에 따라 훨씬 과감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것은 ‘여권 후보 손학규’일 수 있고, ‘제3세력 후보 손학규’일 수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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