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행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시선은 별로 곱지 않다. "당의 외연을 넓혀 더 큰 한나라당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손 전 지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양강 구도를 흔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보는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손 전 지사를 '우리 후보'로 보지 않는 일부 영남 의원들의 시선이 특히 차갑다. 대구의 한 3선 의원은 "외연 확대는 대선 시기와 맞추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지, 특정 주자가 나서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표를 얻는 건 아예 포기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싫은 제3 지대의 표를 공략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소장파를 비롯한 중도개혁 성향 의원들은 안타까운 표정이다. 수도권의 3선 의원은 "손 전 지사 자신이 한나라당에 얼마나 귀한 존재인 지 알아 달라는 몸부림일 것"이라며 "그런 행보가 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본인에겐 '우리 후보가 아니다'는 낙인이 더 진하게 찍히는 것 같아 애처롭다"고 했다.
"여당 의원을 영입 해야 한다" "무조건 정권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등 손 전 지사의 발언에 원칙적 공감을 표하는 의원은 꽤 있지만, 그런 손 전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의원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조차 "계속 고민 중"이다.
손 전 지사가 여권으로 움직여 경쟁력 갖춘 대항마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선 더욱 회의적이다. "손 전 지사는 늘 '내가 한나라당에 있어서 뜨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지만, 어차피 전체 국민 지지도도 바닥 아니냐" "당에서 장관, 도지사까지 한 사람이 나간다면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 는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손 전 지사의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당의 외연을 넓히려는 선의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싶다"(이 전 시장측) "당 후보가 아닌 손 전 지사 개인의 차원이므로 상상력과 행보는 자유"(박 전 대표측) 등.
여권 인사 영입에 대해선 두 사람이 손 전 지사에게 힘을 보탰다. 이 전 시장은 30일 충남 아산에서 기자들을 만나 "철새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돌아다니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과 정치에 대해선 문을 열어 둬야 한다"면서 "여권이 아니라 더 넓은 개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도 "정체성과 이념이 같은 사람이나 집단을 영입해 외연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원론적 찬성"이라고 밝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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