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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학생들 '글 읽는 기쁨' 힘차게 외쳐요/ 양원초교서 웅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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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학생들 '글 읽는 기쁨' 힘차게 외쳐요/ 양원초교서 웅변대회

입력
2007.01.3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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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뭐더라, 음… 맞다. 우리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모든 학교 활동에 적극 참여해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웅변대회가 아니다. 3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초등학교에서 열린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 참여한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학생들의 발표 모습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공중도덕을 지킵시다’ 등 내용이야 별 것 아닐지 몰라도 20명 늦깎이 초등생들에게는 글을 몰라 숱한 설움을 곱씹으며 살아야 했던 지난 날에 대한 지난한 고백이다.

이날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주제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뽐낸 이옥자(64)씨는 “떨려서 혼이 났다”면서도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한 때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살을 결심했는데 유서조차 쓰지 못해 포기했다는 그였다. “이제 컴퓨터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으니 평생의 한을 풀었지요.”

이씨 이외에도 “아파트를 분양받는 기쁜 날에도 남의 손을 빌려야 했다”(허영례ㆍ70) “수십 년 넘게 교회에 다니면서도 성경 한 줄 읽질 못했다”(강영애ㆍ62) 등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훌훌 털어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동료와 가족들도 “옳소! 잘한다!” 등 흥겨운 추임새와 뜨거운 박수로 용기를 북돋았다.

장진숙 교사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통해 ‘버스도 마음대로 탈 수 있고 물건 값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작지만 소중한 생활의 기쁨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들에게 자기 표현 능력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양원초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교육하는 국내 최초의 학력 인정 성인학교로 2005년 개교했으며 현재 50~70대 55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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