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하는 총성이 울리자 이강석(22ㆍ한체대)이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착착착착’ 숨 고를 틈도 없이 얼음을 지쳤다. 이강석이 500m 결승선을 35초19로 통과하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대형 태극기가 휘날렸다. 이강석이 ‘아시아 최고의 빙상 탄환’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이 벌어진 30일 중국 창춘(長春) 지린성 스케이트장. 한국스피드스케이팅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휩쓸었다. 이강석(70초30)과 이규혁(70초50ㆍ서울시청)은 남자 500m 결승에서 사이 좋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500m 우승은 지난 96년 하얼빈 대회 제갈성렬 이후 11년 만의 쾌거다. 반면 안현수(한체대)는 편파판정의 의혹 속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처리되면서 다 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활짝 웃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강석은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면서 “규혁이 형과 함께 1,2위를 차지해 더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이규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500m 강자가 총출동했다. 강석이가 500m 세계 1인자라고 생각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석은 “3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벌어지는 2007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34초30)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기록 보유자 조지 가토(일본)는 71초00으로 4위에 그쳤다. 동메달은 일본의 오이가와 유야(70초88).
앞서 벌어진 여자 500m 결승에선 이상화(36초95)가 중국의 왕베이싱(36초10)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레이스가 끝나고서 몽골 선수와 부딪쳐 오른 무릎을 다친 이상화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상화는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열린 남녀 쇼트트랙 500m에서는 송경택(고양시청)이 42초167로 은메달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안현수(한체대)는 남자 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했지만 막판 리예(중국)를 추월하는 순간에 임페딩(밀치기) 반칙을 범했다는 부심의 판정에 따라 실격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안현수의 실격으로 2위로 들어온 중국의 후저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30일 현재 금 2, 은 6, 동 1개로 중국(금8, 은5, 동9), 일본(금5, 은2, 동3)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31일 남녀 1,000m와 계주에 금메달 4개가 걸린 쇼트트랙의 성적에 따라 목표로 삼은 3회 연속 종합 2위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컬링은 여자부에서 중국을 9-4로 꺾고 2승1패로 일본(3승)에 이어 2위를 달렸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한 남자 대표팀은 전날 일본전 패배(5-9)에 이어 이날도 중국에 역전패(4-6), 3위로 처졌다.
창춘(중국)=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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