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신갈에 사는 이모(45)씨는 요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좌석버스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시청까지 가는 출근길이 갈수록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부고속도로에 출퇴근 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면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주중 출ㆍ퇴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는 연구용역결과가 최근 한국도로공사에 제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정책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논란도 예상된다.
29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6월 K연구원에 경부고속도로 수원IC∼서초IC 24.2㎞에 BRT(Bus Rapid Transitㆍ간선버스 급행체계)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영향에 대해 용역을 의뢰했다. 경부고속도로 BRT는 서울, 경기도내의 BRT가 24시간 버스전용차로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출퇴근(07∼09시, 18∼20시) 시간대에 한해 버스 및 9인승 이상 승합차를 대상으로 했다.
경기도가 공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연구기관이 7∼9월 주중 10일을 무작위로 추출해 버스 통행속도와 통행량 등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출근시간대 상행선은 11분09초, 하행선은 6분32초의 개선효과가 있었다. 퇴근시간대는 상행선이 6분03초, 하행선이 5분20초 빨라졌다. 반면 일반차로는 출ㆍ퇴근시간대 2분18초∼5분52초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하루 출ㆍ퇴근시간대 1,400만원의 혼잡비용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버스의 경우 단축시간에 사람수를 곱한 값을 개선효과로 따져야 하고, 도심진입차량을 근본적으로 줄인다는 경제효과도 상당하다”면서 “특히 서초, 양재, 반포IC를 확장하고 램프와 연결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하면 개선효과는 훨씬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입되기까지 난관도 많다. 우선 양재, 서초, 반포IC를 확장하고 연결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확대 설치해야 하지만 확장부지가 마땅찮다. 또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이 관리와 단속의 어려움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용차로가 설치되면 위반차량을 단속해야 하나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개선효과가 미미할 경우 단속에 대한 승용차 운전자의 반발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램프 2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버스전용차로로 바꾸고 연결도로의 버스전용차로에 연속성을 기해주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도 경부고속도로 도심교통혼잡 개선에 버스전용차로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와 건설교통부는 한남대교∼경부고속도로 서초IC 확장 이전인 2003년 비슷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가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폐기한 바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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