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동남아 노동자인 A씨는 최근 장을 보기위해 할인점에 갔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식품 매장에서 시식을 한 뒤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려 하자 점원이 대뜸 “먹었으면 사야지, 왜 그냥가냐?”고 윽박질렀기 때문. 한국에 입국한 뒤 집을 구할 때 ‘외국인이라 도망갈지 모르니까 1년치 월세를 먼저 내라’는 강요를 당한 것부터 A씨가 한국에서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차별과 소외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거주(90일 이상) 외국인의 숫자는 53만6,627명으로 2000년(15만812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으나 이들이 물품과 서비스 구입 등 소비생활에서 겪는 불편과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9일 발표한 ‘국내거주 외국인 소비생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중 41.7%가 소비 생활에서 불편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그 원인으로 언어소통 곤란(35.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점(28.3%), 경제력 부족(22.0%) 순이었다. 불만족 유형으로는 외국어표기, 안내표기 미흡 등 정보가 부족(42.1%)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품질ㆍ기능ㆍ안정성 문제(37.0%), 바가지 가격(33%)도 여전한 불편함으로 지적됐다.
국적별로는 미국 캐나다 남미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의 소비생활에 대해 만족도(4점 만점에 2.86점)가 가장 높았다.
반면 일본인들의 만족도(2.42점)가 낮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외국인들의 만족도(2.76점)는 비교적 높았지만 결혼ㆍ이민ㆍ이주자(2.47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외국인들 대다수는 피해를 당하거나 불만이 있더라도 피해 구제를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 부족과 언어소통 곤란으로 55.4%가 ‘피해 구제를 대체로 포기한다’ 고 응답했다.
반면 사업자나 판매자에게 해결을 요구한다는 외국인은 33.3%였고 소비자보호 기관ㆍ단체에 신고한다는 외국인은 6.8%, 외국인지원단체나 행정관청에 신고ㆍ호소한다는 외국인은 4.5%에 불과했다.
불만ㆍ피해에 대응하지 않는 이유로는 ‘어디에 상담, 호소, 신고할지 몰라서’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41.5%로 가장 많았다. ‘상담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26.0%)’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22.8%)’ 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소보원 김현주 연구원은 “정부의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품 및 서비스 구입 등에 서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만은 여전히 높다”며 “이들의 언어소통 어려움을 고려해 판매가격 표시의무 준수, 당국의 단속 및 계도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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