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종석)는 29일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부채를 탕감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2001, 2002년 변 전 국장을 세 차례 만나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그 시점에 변 전 국장은 국회에 출석하거나 경제부총리 은행장 등을 만나기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씨가 변 전 국장과 함께 갔다는 식당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유일한 직접 증거인 김씨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변 전 국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 6명에게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피고인들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김씨가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박 전 부총재에게 징역 6년 및 추징금 14억5,000만원, 이성근 전 산업은행 투자본부장에게 징역 3년6월 및 추징금 1억원,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게 징역 3년6월 및 추징금 5,000만원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까지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변 전 국장 측 노영보 변호사는 “검찰의 부실 수사였음이 드러났다”며 “다른 피고인들도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무죄가 난 데에는 사실 및 증거 판단의 오인이 있었다고 본다. 조만간 항소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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