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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의리가 밥 먹여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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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의리가 밥 먹여 주나"

입력
2007.01.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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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도 의리보다는 돈이 먼저.’

형사정책연구원의 면접에 응한 조직원들은 “조폭도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리에 살고 죽거나, 정(情)으로 뭉치는 영화 속의 조폭은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조직원은 “조직원 간에도 돈 계산이 철저하다”며 “형님(선배)에게서 유흥업소를 대물림 할 땐 보증금부터 다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조직원은 “유흥업소 10개를 운영하는 두목도 동생(후배)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며, 돈을 많이 벌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남들은 우리가 의리로 뭉쳤다지만, 의리로만 챙겨주는 이는 없다”고 잘랐다.

심지어 돈이 없는 선배들은 조직 내에서 무시 당한다. 한 조직원은 “어린 동생들은 직속 선배가 있더라도 돈이 있는 다른 형님한테 몰린다”며 조폭 세계의 ‘고려장’세태도 전했다. 다른 조직원은 “동생들은 일을 시켜도 돈을 주어야 제대로 움직인다”며 “돈이 없어 무시당하는 형님들 가운데 자존심이 강한 이들은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재판받는 조폭들이 변호사 비용을 조달한 방법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78명 가운데 조직 도움을 받은 경우는 33.3%(26명)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부모ㆍ형제나 자신의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교도소에서 사용하는 영치금 역시 조직에서 조달하는 경우는 23.1%(25명)에 불과한 반면 가족이 보내준다고 답한 응답자는 58.4%(63명)에 달했다.

보고서는 “지금 조폭 세계는 의리로 뭉쳐 있고, 상하관계가 엄격했던 과거와 달리 매우 경제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ㆍ아래 구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결론지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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