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당 간판을 내리려는 수순을 갖추어 가는 모습이다. 어제 중앙위원회가 당원제도를 고친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신당 창당을 위한 당내 기초를 마련했다.
얼마 전 법원에 의해 효력이 정지됐던 기초당원제가 다시 도입된 것인데, 이는 당 사수파가 당초 입장을 바꿔 신당파에 동조한 결과라고 한다. 이로써 다음 달의 전당대회는 통합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과정이 되며 열린우리당은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신당파와 사수파 간 타협이 이루어진 것은 탈당 도미노 현상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탈당 추세가 이어져 여당이 가만히 앉아서 반신불수가 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당을 지켜달라는 대통령의 의지가 전달된 결과라지만 파산 상태에 처한 집권여당의 처참한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돌려서 설명할 것도 없다. 창당 3년 여 만에 스스로 간판을 내리는 작업에 들어간 여당의 현 주소는 엊그제 창당의 핵심 주역 천정배 전 원내대표의 탈당으로 가장 쉽게 드러난다. 탈당선언에서 그는 "당의 현실을 보면 더 이상 기대를 가질 수 없다"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이 틀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혁을 내세우며 민주당과의 분당을 지휘하고 초대 원내대표와 법무장관까지 지낸 그였다. 그러니 여기서 명분이나 원칙 정도야 언제든지 버리고 뒤집는 타락한 정치, 도덕의 추락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을 듯 싶다.
당헌 개정을 계기로 동반 탈당이 수그러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처지를 탈당이냐, 아니냐를 갖고 달리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기술적 미봉, 일시적 눈가림으로 국민을 피하기에는 정당, 특히 집권당으로서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열린우리당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당을 허물기 위한 전당대회라는 사실이 이를 잘 알려준다.
굳이 하겠다 해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그런 신당인지, 국민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허울이라도 낫다. 탈당도, 신당도 자기들만의 연명책에 몰두하는 일그러진 자화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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