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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합법화·슬림화·연합화 '3박자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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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합법화·슬림화·연합화 '3박자 변신'

입력
2007.01.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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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1986년 서진 룸살롱 사건과 같은 대규모 조직폭력배 전쟁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최근 조폭은 합법화ㆍ점조직화로 수사망을 피하고 조폭간 싸움보다는 연합을 통해 공존하는 검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9일 ‘2006 조직폭력 범죄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를 통해 현재 조폭 세계의 특징을 사업 합법화, 소규모화, 연합화라고 정리했다. 전국 교도소 6곳에 수감된 조직폭력배 109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이 중 29명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 결과가 기본 자료가 됐고 검찰, 경찰, 학계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조폭 행동대원이었던 A씨는 “요즘 수사기관의 감시도 심하고 국민들도 법을 많이 알고 있어 과거 갈취와 같은 방식이 쉽지 않다”고 조직폭력계가 합법화를 추구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조폭은 탄탄한 돈줄인 유흥사업 등을 ‘기본사업’으로 하고 시류를 타는 ‘유행사업’을 통해 수익원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 조직은 평균 3.9개의 사업에 진출해 있었다. 주로 ‘바다이야기’등 사행성 오락과 부동산 개발업, 연예사업, 입찰ㆍ경매, 직업소개 등이었고 일부는 기업 인수ㆍ합병도 있었다.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을 모색하는 조폭도 많았다. 부두목 B씨는 “출소 후에 조직원들과 중국에 술이나 휴대폰 밀거래를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큰 돈을 버는 마약거래에는 거부감이 컸다. “법망에 걸리기 쉬울 뿐더러 한번 걸리면 조직이 와해된다”는 게 이유다. 물론 2005년에 이권분쟁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한 조폭 45개파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등 합법화를 가장한 폭력은 여전했다.

조사 결과 전국 383개 폭력조직 중 49.9%(191개)는 조직원 수가 20명 이하의 소규모로 나타났다. 서울에 근거한 조폭 중 77.4%(48개), 부산은 77.3%(75개)가 20명이하였다.

전국에서 조직원 101명 이상은 15개파에 불과했다. 조폭의 수익원이 개인사업 형태로 변해 큰 조직이 필요 없는 환경의 변화가 소규모화의 이유였다. 수사망을 피하기에도 좋았다. 행동대장급 C씨는 “대원들은 집에서 지내게 하고 밤에만 관할지역으로 불렀다”며 조직관리비 절감 차원도 있음을 설명했다.

조폭들은 대규모의 자금과 조직이 필요한 이권 사업의 경우 ‘연합’을 통해 싸움을 통한 독식보다는 이권의 분배를 꾀했다. 부두목급인 D씨는 “이권이 있으면 조직간에 사전에 협의해 나눠 가진다”며 “최근 건달간 싸움은 이권이 아닌 자존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동대원 E씨도 “세력다툼은 다 같이 죽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도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추세라면 향후 5년 내에 전통적 의미의 ‘조직폭력배’는 사라진다”며 “합법을 가장한 조폭을 잡을 수 있는 형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 조폭 평균월수입 400만원… 통계로 본 조폭의 실태

조직폭력배는 한달 평균 400만원 정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조폭 활동으로 수감된 109명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수입이 2,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조직원도 4.6%나 됐다. 조직 내 서열별로는 부두목의 평균 월수입이 1,200만원 이상으로 1,000만원 대에 그친 두목보다 많았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 중 두목, 부두목급이 많지 않아 전국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조폭이 운영하는 대표사업 연 수익은 1억~5억원이 전체의 30.0%로 가장 많았다. 10억원 이상은 15.6%, 5,000만원 미만은 14.7%였다.

조폭의 ‘직무만족도’는 보통(67.0%)이 가장 많고 만족과 불만족이 각각 12.3%, 20.7%였다. 반면 경찰 직무만족도 조사에서는 보통 55.9%, 만족 9.5%, 불만족 34.7%로 나타났다. 경찰보다 만족도가 높은 셈이다. 2006년 기준 전국 조폭은 383개, 1만2,056명이었다. 부산이 91개로 가장 많고 서울(62개) 경기(38개) 전남(21개) 순이었다. 서울은 조폭의 67%가 강남에 집중돼 있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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