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예정됐던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정진화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의 만남이 29일 전교조의 요구로 급작스럽게 연기됐다. 전교조는 이날 밤 “정 위원장이 몸이 아파 교육부에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으나 일각에서는 “전교조 위원장이 부총리와 만나기에는 부적절한 시기라는 내부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오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회동에서 내놓을 전교조의 요구 사항 등을 놓고 집행부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만남을 기정 사실화한 발언이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분위기는 돌변했다. “만나 봐야 득될게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사제 간의 특별한 인연이 현안을 되레 희석시킬 수 있고 김 부총리가 전날 담화문을 통해 교사 집단행동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한 부분을 집중 문제삼아 회동 연기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회동이 이뤄졌다면 정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당선된 후 첫 만남이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시절 학부생이던 정 위원장을 가르쳤다. 정 위원장은 평교사 시절에도 김 교수를 자주 찾아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김 부총리를 따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연가(연차휴가)투쟁 교사 무더기 징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교육부와 전교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제기됐다.
교육부 수장과 국내 최대 교원노조 대표와의 만남이 연기의 형식을 취했지만 재개 여부는 희박하다. 전교조가 연가투쟁 교사 징계조치 철회와 교원평가제 도입 중단 등을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전교조는 이날 연가투쟁 교사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거나 변경을 요구하는 소청심사청구를 이르면 내달 초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내고 행정소송도 병행키로 결정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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