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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5> 디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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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5> 디앤티

입력
2007.01.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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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들이 운집한 대전시 대덕밸리 초입에 위치한 디앤티는 의료ㆍ군사ㆍ산업용 등 특수 모니터를 생산하는 중소 기업이다. 연건평 680평 규모의 사옥 1층에는 전세계 서버 컴퓨터용 랙마운트 모니터 시장의 60%를 책임지는 생산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의외로 간소한 2개의 생산 라인만 보여 방문객을 의아하게 만든다.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직원도 단 20명에 불과하다. 디앤티 경영지원그룹장인 김주봉 상무는 “대부분의 생산공정을 외주로 진행하며 본사에서는 액정과 기판, 케이스 정도만 결합하는 최종 공정 및 테스트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개의 생산라인과 생산직 포함 직원 85명에 불과한 이 회사가 지난해 모니터 하나로 ‘2,000만불 수출탑’ 수상과 함께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이 선정한 아시아 500대 기업으로 선정됐다. 디앤티의 성공 비결은 남들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 즉 블루오션 개척에 있다.

디앤티는 1999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특수 모니터를 겨냥했다. 이유는 국내 기업이 모두 도외시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전세계 영상기기 시장의 95%는 TV와 PC용 모니터가 차지한다. 나머지 5%가 의료ㆍ군사ㆍ산업용 특수 모니터 시장이다.

특수 모니터 분야는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 기업이 전혀 진출하지 않은 무풍지대다. 벨기에 바코, 독일의 콘락, 미국 플라라 등 워낙 오래된 기업들이 고도의 전문 기술을 앞세워 폐쇄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원인이다. 이양규 디앤티 사장은 “대문 여는데 1년, 거실 들어가는데 1년, 안방 들어가는데 1년 걸렸다”며 제품 공급을 위해 3년의 세월을 투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디앤티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특수 모니터 시장이 환경변화에 둔감하고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특수 모니터는 사업자가 필요한 제품을 주문 생산하는 맞춤형 상품이다. 따라서 대중적인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대기업은 쉽게 사업을 하기 어렵다. 디앤티는 삼성SDI, 삼성전자, 한솔LCD 등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에서 영상기기만 20년간 연구해온 이 사장이 개발팀을 꾸려 특수 모니터 개발을 시작했다.

여기에 2000년 ‘포시즌 USA’라는 이름으로 일찌감치 미주 법인을 설립해 해외 마케팅을 시작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삼성전자 시절 영상기기 해외영업을 담당한 강인식 사장이 해외 마케팅을 뚫으면서 IBM 등 굵직한 고객사와 거래를 하게 됐다. 이 사장은 “해외 마케팅이 결정적인 순간에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03년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디앤티AP’라는 그래픽 전문 반도체 개발업체를 만들었다. 모니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반도체 기술까지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경쟁력이 높아졌다.

현재 디앤티의 주력 제품은 서버 컴퓨터용 랙마운트 디스플레이다. 평소에는 서버 내부에 내장돼 있어 안보이지만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튀어나와 컴퓨터의 상태를 보여주는 영상기기다. 컴퓨터 내부에 들어가므로 얇게 만드는 설계 기술이 핵심이다. 디앤티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전량 IBM에 납품돼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또 미국 스트라이커사와 제휴를 맺고 의료용 내시경 모니터를 개발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의료용이라 인체 내부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영상기술은 필수고 색깔도 선명해야 한다. 디앤티가 만드는 의료용 모니터는 21인치 제품이 130만원대로 비싼 편이지만 물품을 댈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앞으로는 화상회의 시스템, 영상정보안내 시스템 분야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또 정보통신부 과제로 휴대폰 콘텐츠를 TV 등 대형 영상기기에 확대해 표시해주는 업스케일러도 개발중이다.

지난해 매출 320억원과 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디앤티는 올해에는 이런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450억원의 매출과 50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전=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이양규 사장

“디스플레이는 제 인생입니다.”

이양규(50) 디앤티 사장은 20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영상기기를 연구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지금도 유명한 컴퓨터(PC)용 모니터 ‘샘트론’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샘트론의 성공 덕분에 그는 1995년 한솔LCD가 만들어질 때 창업 멤버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연구소를 총괄하던 그는 99년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디앤티를 창업했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 사장의 경영철학은 ‘서바이벌’(생존)이다. 항상 ‘살아 남지 못하는 기업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마음으로 격변하는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특히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사업해야 하는 업종의 특성 때문에 그에게 있어 생존은 더더욱 절실한 대목이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이 가장 우선으로 꼽는 대목은 인재다. 전남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20년 동안 TV, PC모니터 등 영상기기를 연구ㆍ개발해 오면서 인재가 곧 회사의 생산성을 좌우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재를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할 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며 “벤처기업이 사람을 등한시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보다 직원들을 먼저 배려하는 방법으로 사람 관리를 한다.

그래서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그는 “돌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는 말이 있듯이 항시 칭찬을 통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덕분에 회사 분위기가 늘 화기애애하다.

반면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다. 규칙적인 생활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며 서울 반도체 연구소와 대전 본사를 KTX로 자주 왕래하며 회사 일을 돌본다. 특히 사업 원칙 만큼은 철저히 지킨다. 그는 “TV와 모니터 생산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그 분야는 경쟁이 워낙 심해 자칫 과욕을 부렸다가는 지금 쌓아놓은 위상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3차원 입체영상장치 등 첨단 디스플레이 위주로 사업을 펼칠 생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LCD 패널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발을 완료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향후 이 사장이 꿈꾸는 목표는 해외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업 대부분이 해외를 무대로 삼고 있어 현지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규모 확장 차원이 아니라 기술 거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해외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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