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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긴급조치 판사이름 공개는 잘못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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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긴급조치 판사이름 공개는 잘못된 발상

입력
2007.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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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법관들의 실명 공개를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위원회는 검토 단계일 뿐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분ㆍ실리 양 측면 모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긴급조치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재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결론이 나 있다. 정치적 비판을 일절 용납치 않고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ㆍ구금 등이 가능토록 한 긴급조치는 다른 모든 것을 떠나 국민 기본권을 정면으로 유린한 반 헌법적 조치라는 점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과거사위를 받아들인 것은 그 정치적 암흑시대에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고자 함이었다. 최근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의 재심 판결을 크게 환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 실명공개는 다른 얘기다. 냉정히 말해 인혁당 사건은 재판부가 마땅히 해야 할 진실규명 의무를 포기한 것이지만,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사들은 악법이긴 하나 어쨌든 당대의 실정법에 따라 판결한 법관들이다.

부당한 법에 따른 재판을 할 수 없다고 저항하지 않은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논리를 확장할 경우 당시 법 체계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보면 '유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은 별로 없다.

더욱이 누구나 재판기록을 열람하고 판사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굳이 이를 모아 발표하겠다는 것은 자칫 다른 의도성을 의심 받게 할 수도 있다. 과거사위는 설립취지에 '은폐된 진실을 밝혀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판사들의 실명은 애당초 은폐된 진실도 아니며, 그 공개는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가 부끄러운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다만 앞으로의 경계를 삼고자 함이지, 상처를 후벼내 고통을 되살리고 갈등과 반목을 재생산하기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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