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가 당을 떠나는 일이 과연 벌어질까. 1992년 대선 이후 여야 정당에서 대선주자의 이탈 현상이 종종 있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년에도 벌써부터 대선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서 당내의 1, 2위 주자가 갈라설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대결이 감정 싸움으로 치달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의 두 주자가 분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적대적 경쟁 관계로 치달을 경우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주자가 탈당이나 독자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리서치가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6%가 “한나라당 두 주자가 갈라서서 각자 출마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란 응답은 38.5%에 그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한결같이 독자 출마설에 대해서는 펄쩍 뛰며 손을 가로 젓는다. 하지만 역대 대선을 보면 당초 호언과 달리 탈당이나 독자 출마를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1992년 민자당 경선 과정에서 이종찬 후보는 김영삼 후보에게 뒤지자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면서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탈당했다. 이인제 의원은 1997년과 2002년 각각 신한국당과 민주당 경선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했다.
선거법 개정 여야 주자들의 경선 불복 사례가 이어지자 국회는 2004년 3월 ‘각 정당의 경선 후보자가 낙선하거나 중도 사퇴할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을 삽입한 선거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경선 불복자의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주요 주자가 독자 출마를 하려면 당내 경선 후보 등록 전에 탈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 진단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대선주자가 당을 떠나 독자 출마할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한다. 선거법도 달라진 데다 정치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과거에는 정치인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층도 함께 이동했지만 이젠 민심이 정치인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상황”이라며 “독자 출마나 탈당을 결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민심 이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도 “보수 진영이 대선주자의 분열 현상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두 주자가 분열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지지율 격차가 박빙의 승부로 좁혀진 상태여야 하고, 당 밖의 민심 지지는 우세한데 당내 지지가 저조해 경선 패배 가능성이 높을 때여야 한다.
또 보수 진영에서 두 주자에 대한 선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려야 한다. 이와 함께 탈당 때 상당수 의원들이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경선 전 탈당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역대 대선에서도 당내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컸던 2002년의 이회창-최병렬ㆍ이부영 대결과 97년의 김대중- 정대철, 92년의 김대중-이기택 후보간 경쟁에서 패한 쪽은 모두 승복했다.
지지도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두 배 이상 차이로 앞서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분열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지지율은 유동적인데다 두 주자 모두 많은 원내외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선 캠프를 꾸리고 있어서 경선 전에 갈라설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두 주자 모두 이번 대선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 경우 분열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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