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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보아(BoA)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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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보아(BoA)의 메시지

입력
2007.01.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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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보아가 일본에서 낸 다섯 장의 앨범을 모두 오리콘 위클리 앨범차트 1위 자리에 올려놓으며 일본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보아의 성공은 천부적인 자질과 노력, 치밀한 기획,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기획사는 일본 진출 전 보아에게 철저히 일본어 교육을 시켰고, 일본 진출 후에는 현지 기획사에 마케팅과 관리를 맡긴데 이어 일본 작곡가로부터 곡을 받게 했다. 한국의 문화와 상품이 해외에서 통하려면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안목과 준비, 현지인들의 정서를 감안한 마케팅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보아는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따지고 보면 보아의 성공은 일본 대중음악 시장의 탄탄한 토대와 독특한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일본 대중음악 시장은 한국 대중음악계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본의 지난해 음반 판매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노래 한 곡이 뮤직비디오, 콘서트DVD, 게임, 게임 주제가 CD 등 보고 만질 수 있는 상품으로 재가공되면서 창출하는 부가가치까지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이보다 두세 배는 될 것이다.

일본 대중음악 시장은 무엇보다 팬층이 두텁고 충성도가 높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팬들은 불법 음악파일 공유 대신 좋아하는 가수의 정품 CD 앨범 구입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이다.

결성한 지 20~30년 된 밴드가 수두룩하고, 10대부터 60~70대까지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진다. 열도 곳곳에서는 거의 매일 가수들의 투어 공연이 열린다. 이런 토대 위에서 일본의 대중음악은 끊임없이 실험을 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경향과 장르를 일궈낸다.

비록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고전하고 있지만 일본이 세계 2위의 대중음악 시장으로 성장한데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 유통단계가 탄탄한 시장을 주춧돌 삼아 모두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위축된 오프라인 음반시장 대신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의 3배(2006년 기준 3,430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선순환적으로 대중가요계를 살찌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작곡가나 가수측에는 전체 수익의 10%도 주지 않으면서 유통단계인 이동통신사들은 절반 가까운 수익을 챙기는 왜곡된 구조, 그로 인해 가수나 작곡가들이 휴대폰 벨소리나 MP3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1위를 향해 비슷비슷한 수준의 뜀박질만 하는 현실은 새로운 경향이나 장르를 만들기 위한 대중음악계의 창의적 시도를 가로막고 있다.

대중음악계의 거대 권력이 된 이통사들이 수익 내기에만 매달리고, 팬들은 가수의 음반을 사기보다 불법 파일 유통에 열중하는 사이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붕괴를 우려할 만큼 심각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불황을 한류로 타개한다지만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 지도 알 수 없다. 일본 대중음악계의 풍성한 자양분 위에서 보아가 일궈낸 성공이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는 경고의 메시지처럼 들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요즘이다.

황상진 문화부장 직대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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