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이 28일 마침내 당을 떠났다. 그가 우리당 창당 주역이고, 적잖은 동조세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ㆍ14 전당대회 이전에 대규모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천 의원의 탈당은 통합 신당 강경파 의원들이 느꼈을 심리적 부담의 마지노선을 깨뜨린 측면이 있다. 당 원내대표와 법무장관까지 지낸 인사가 탈당함으로써 예상되는 비판여론 등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덜 게 된 것이다. 맨 처음 탈당 의사를 밝혔던 염동연 의원측에서 “천 의원 다음에 나갈 것”이라고 했던 이 때문이다. 천 의원의 탈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조건부 탈당’ 발언 이후 주춤하던 탈당 흐름을 다시 살려낸 셈이다.
실제로 염 의원은 30일 탈당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조일현 주승용 원내부대표 등 ‘밀알회’ 소속 의원들, 강봉균 정책위의장 중심의 실용보수파 의원들은 각기 내달 14일 전대 이전에 동반 탈당하는 이른바 ‘기획 탈당’을 적극 검토중이다.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정동영 전 의장이 전대 이전 거취 결정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중인 가운데 전병헌 박영선 의원 등은 전대 이전 탈당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 때문인 듯 천 의원의 탈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우상호 대변인은 “창당 주역이고 원내대표까지 지낸 분이 개별탈당을 하는 게 바람직한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새들도 결국은 땅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며 “우리당은 개별탈당 흐름과는 무관하게 대통합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친노직계인 이광재 의원도 “창당을 주도하고 원내사령탑을 지낸 천 의원은 모두가 탈당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당을 지켜야 할 사람”이라며 “인간적으로나 정치논리로나 천 의원의 탈당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당 일각에는 천 의원이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천 의원의 탈당이 조만간 대규모 탈당을 부를지는 물론 더 두고 봐야 한다. 진로를 함께 고민해온 이상경 제종길 안민석 의원 등은 탈당 시점을 잠시 늦추기로 했다.
그러나 29일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안이 부결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가결되더라도 일부 사수파 당원들이 법적 소송에 들어가는 식으로 반발하거나, 이후 전대의 성격 및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 바로 둑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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