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 의원이 28일 탈당하는 등 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조짐이 나타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막기위한 탈당카드를 뽑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내달 하순 개헌안 발의를 전후해 전격 탈당할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실에 들러 “노 대통령은 야당이 개헌을 수용하거나 우리당이 전당대회를 원활히 잘 치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걸림돌로 생각하고 각각 요구한다면 탈당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두 상황 모두 결정된 부분이 없으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이 탈당을 언급한 이래) 내부적으로 (더 이상) 탈당문제가 거론되거나 논의된 적도 없다”라며 “상황을 정해놓고 미리 논의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면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다 탈당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하지만 이 실장의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면 탈당에 부정적인 청와대측 기류가 읽힌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부터 탈당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실현가능성이 낮은 전제조건을 달았다. 개헌만 해도, 한나라당이 최소한 논의는 하겠다는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탈당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다. 현 단계에서 개헌과 관련한 탈당카드는 한나라당에 개헌 수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당초 개헌을 제안하면서 이것이 정략이 아니라 대선과 총선의 시점 일치, 단임제의 폐해 극복 등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개헌안 발의와 함께 탈당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국회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의 도움도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바로 백지화했다.
우리당 내분사태와 관련한 노 대통령의 탈당 언급 역시 현실적으로 우리당 사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노 대통령은 25일 신년회견에서 “대통령 때문에 탈당한다면 차라리 내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이렇든 저렇든 나가겠다고 하는데 내가 탈당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당파 탈당을 막을 수 없다면 노 대통령이 당을 지키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와 우리당 사수파의 분위기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개헌안 발의, 우리당 내분사태 및 전당대회 등 이미 예고된 정치일정 이외에도 대선국면에서 숱한 변수가 숨어있다”며 “탈당카드를 특정 사안과 연계해 일찍 내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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