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갤럭시 아일랜드' 프로젝트
2015년 7월 어느날 해질녘, 전남 진도군 상조도 여미산(해발 223m) 정상. 해송숲이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봉우리에 오르자 바다 위로 ‘하늘길’이 열려 있다. 상조도에서 하조도까지 2.5㎞ 구간을 케이블카로 연결한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건너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푸른 바다에 진주처럼 박혀 있는 섬들과 석양 노을이 겹치면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20여분 뒤 케이블카가 하조도에 도착할 즈음, 또 한번 탄성이 쏟아진다. 상조도에 아시아 최대 높이로 우뚝 솟은 등대 ‘동방의 등불’이 화려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다도해의 황홀한 모습이 펼쳐지면서 케이블카에서는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남도가 구상하는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는 서남해안에 은하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 섬들을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낙후한 지역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원대하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과 연계해 섬을 개발, 서남해안을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조성하고 더불어 지역민의 소득 증대도 꾀하겠다는 게 전남도의 생각이다. 해양관광자원 수준만 보면 전남 서남해안은 허브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실제 전국 3,133개 섬 가운데 62%인 1,965개가 전남 서남해안에 집중돼 있다. 또 해안선 길이는 6,431㎞로 전국(1만2,902㎞)의 50%에 달하고 갯벌 면적(1,054㎢)도 전국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섬 천국’이 해양관광 거점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전남도가 뽑아 든 새로운 해양관광개발 전략카드는 ‘섬 관광의 업그레이드’와 ‘섬의 고부가가치화’이다.
전남도는 서남해안 섬들을 다이아몬드제도(신안ㆍ영광군)와 조도(진도ㆍ해남군), 보길도(완도군), 사도ㆍ낭도(여수시ㆍ고흥군) 등 4개의 클러스터로 나누고 15개의 다양한 테마별로 개발할 방침이다. 우선 다이아몬드제도 내 6개 섬에 NGO국제본부 유치를 비롯, 9개 테마해변, 국제해양환경연구소, 야생동물원, 휴양리조트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섬들은 ‘인터내셔널 비치 아일랜드’ ‘원숭이ㆍ낙타의 섬’ ‘자연의 섬’ ‘휴양의 섬’ 등으로 꾸며진다.
도는 4개 클러스터 내 섬과 해안선 일대에 태양열 조명등을 설치해 하늘과 주변 바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에서 볼 때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은하의 바다’로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 등을 앞두고 은하의 바다를 중심으로 중국 황해권과 일본 큐슈지역을 연결하는 크루즈 여행상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해양관광 코스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 등을 앞두고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중국 황해권과 일본 큐슈지역을 연결하는 크루즈 여행상품을 개발하려는 계획도 있다.
기존의 섬이 주변 풍광을 내세운 관광지 개념에 그쳤다면, 미래의 섬은 건강과 동물, 생태, 웰빙, 체험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해양관광시대를 이끌 허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관광의 허브를 지향하되, 콘텐츠를 차별화하겠다는 얘기다.
목포대 강봉룡(역사문화학) 교수는 “국제교류 등 개방의 상징인 바다가 우리 역사에서는 유독 금기의 대상이 되면서 해양관광개발도 세계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산이 아닌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섬 개발 전략은 국제문화체험과 자연휴양, 생태 등 테마별 해양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증도의 경우 지난해 7월 해양리조트 개발 이후 3개월간 섬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4만2,185명으로 전년도 한해동안 관광객(3만5,042명)보다 훨씬 많았다.
문제는 1조1,999억원(민간자본 7,784억원 포함)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이다. 또 섬과 연안개발을 규제하는 관련 법규가 무려 44개에 이르고, 환경파괴논란도 넘어야 할 과제이다.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를 총괄해 이끌고 있는 주동식 전남도 문화관광국장은 “수많은 섬과 갯벌, 생태자원 등 세계적인 해양관광자원을 갖춘 전남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면서 “국내외 로드쇼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k.co.kr
■ 다른 지역 섬 사례는
'섬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 고립되고 낙후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21세기 관광산업을 이끌 해양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육지와 달리 독특한 생활양식과 문화를 형성했고 특산물과 먹거리가 생산되며 훼손되지 않은 자연생태를 유지한 덕분이다.
거제도 앞 외도는 섬 개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외도는 외딴 돌섬에 불과했으나 전직 교사 부부가 1960년대 말부터 30여년에 걸쳐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희귀 아열대식물 등 750여종의 꽃과 나무를 심어 4만여평에 '해상정원'을 조성했다.
1995년 첫 관광객을 맞은 외도는 지중해의 한 섬을 옮겨 놓은 듯한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며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자체 입장료(5,000원)와 왕복 뱃삯(1만5,000원), 한려해상국립공원 입장료(1,600원) 등만 따져도 연간 200억원이 훨씬 넘는 관광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외도의 성공은 섬 개발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주었다.
한때 핵폐기장 후보였던 인천 옹진군 굴업도는 해양종합리조트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CJ그룹 계열인 CNI레저산업㈜는 굴업도(52만6,000평) 전체를 사들여 요트클럽, 워터파크, 골프장 등 사계절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옹진군에 제안했다. CJ측은 섬의 90% 이상을 이미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꽃박람회를 통해 널리 알려진 충남 안면도의 경우 충남도는 지난 연말 국제관광휴양지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인터퍼시픽컨소시엄을 선정,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섰다. 컨소시엄은 2014년까지 7,408억원을 투입, 안면도 115만평을 해양스포츠 레저시설, 아쿠아리움, 골프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도 섬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섬을 매력적이고 쾌적한 휴양공간으로 개발하는 '가고 싶은 섬'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그 시범사업으로 연육교가 설치되지 않은 유인도(413개) 가운데 3개 섬을 선정키로 하고 2월 말까지 자치단체들로부터 섬 개발 제안서를 공모하고 있다. 선정된 섬에는 올해만 67억원이 지원된다.
목포해양대 박성현 교수는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 높아지면 육상관광에서 해양관광레저로 이동한다"며 "내륙과 달리 섬은 물리적인 개발에 치중하기보다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요소 등을 활용해 체험형, 테마형 관광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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