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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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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권력

입력
2007.01.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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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서 권(權)은 저울 추를 가리켰다. 저울막대 위에 추를 움직여 잰 물건의 무게가 곧 물건의 가치다. 물건뿐 아니라 사람의 '무게'도 달았다. 다만 사람은 몸무게가 가치일 수 없기에 추상화한 무게인 분량(分量), 즉 능력과 영향력을 재야 했다. 분량의 숫자로써 사람의 값어치를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은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도 이어졌다.

과거시험 성적을 분(分)으로 매겨, 최종 점수를 분수(分數)로 나타냈다. '분수를 안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자각한다는 뜻이다.

▦ 이처럼 저울 추에는 물건과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힘이 있다. 이 '저울 추의 힘'이 문자 그대로의 권력(權力)이다. 물건의 가치와 인간의 능력을 재는 힘이다.

추가 권이라면, 저울막대는 형(衡)이다. 물건의 무게는 추를 움직여 저울막대가 수평을 이룰 때 결정된다. 따라서 권과 형의 균형점인 '권형'(權衡)은 판단의 기준이나 표준이 된다.

그 결과 권력은 물건의 가치를 재고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힘에 머물지 않고, 판단 기준과 일반적 표준, 질서를 부여하는 힘이 되었다. 저울막대의 수평이라는 결과적 균형이 권력의 원천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현실적이다.

▦ 서구의 권력 개념은 다르다. 대체로 권력을 '재화나 명예 등 사회적 가치 분배 체계의 정당성에 대한 일반적 승인을 근거로 사회적 압력과 물리적 강제수단을 통해 분배 체계를 결정, 유지, 변경하는 힘'으로 본다.

권력은 신으로부터 나왔으니 처음부터 정당했고, 인간에게 옮겨진 후에는 신의 뜻을 가름할 일반의사에 근거한 만큼 정당성을 띠게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춘추전국시대 550년의 혼란을 거쳐 다듬어진 중국의 '권력'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현실적 힘이나 결과적 균형을 중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 대선 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저마다 내세우는 비전은 다르지만 권력을 향한 의지는 다를 바 없다. 이들이 어떤 권력에 의욕을 쏟든, 꼭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노자는 지배자를 4등급으로 나누었다.

국민이 '그 존재조차 모를 정도인' 최상급 지도자는 정보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2등급의 '친근감을 느끼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지도자는 지향할 만하다. 그 아래의 '두려워하는', 또는 '모멸하는' 지도자는 이미 겪었다. 아울러 '차분하게 말을 아끼면 만사가 순조롭다'는 노자의 당부까지 함께 새긴다면 금상첨화이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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