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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선거규제 논란/ 선관위·네티즌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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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선거규제 논란/ 선관위·네티즌 논란 가열

입력
2007.01.2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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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먼저냐, 선거질서 유지가 먼저냐. 선거관련 UCC(사용자제작콘텐츠) 규제를 둘러싸고 네티즌 및 인터넷업계와 선거관리위원회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자칫 선거판을 흑색선전과 비방 왜곡으로 오염시킬 수 있는 UCC에 대해선 어떤 행태로든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선관위 입장은 타당하지도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UCC 규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자 지난 25일 좀 더 구체화된 ‘선거 UCC 운용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뼈대는 종전입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위법 판단 기준은?

선관위의 선거 UCC 운용기준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 전, 인터넷 상에서 단순히 특정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내는 동영상 UCC를 올리는 것은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로 판단, 선거운동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자유게시판, 블로그, 개인 방송채널에 동영상 UCC를 반복적으로 게시할 경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방침이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단순한 선호도’인지, 어디부터가 선거운동에 속하는 것인지 선을 긋기란 쉽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안별로 선관위 사이버 조사팀에서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면서 세부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규제의 실효성도 문제다. 현재 사이버조사팀 인원은 단 9명. 선거기간이 되면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 별로 각각 30명까지 보강할 계획이지만, ‘인터넷 바다’에서 불법UCC를 모두 낚아내기란 역부족이다.

포털 다음의 열린사용자위원회 현대원 위원장(서강대 교수)은 “하루 인터넷 이용객들이 2,000만~3,000만명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엄청난 메시지가 쏟아질텐데 이를 모니터하려면 수천명의 요원이 있어도 모자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성년자의 선거 UCC 제작은?

선관위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특정 후보의 UCC를 제작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 선관위 관계자는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선거법을 그대로 준용한 것”이라며 “온라인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교수는 “만약 미성년자가 제작한 UCC를 성인이 조금 손질하면 위법인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퍼온 UCC를 조금씩 개작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네티즌들의 속성을 선관위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미성년자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법은 없나?

선관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온 가이드라인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동영상UCC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선관위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고 많은 네티즌이 범법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선관위 규제 보다는 우선 포털 스스로의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포털들은 악성댓글 문제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측면이 많은데, 이번 만큼은 적극적 자정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일선 포털들이 외적 강제 이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UCC를 활성화시키는 접점을 직접 찾아내야 한다”며 “선관위, 정당, 동영상 포털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성있는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배영 교수는 네티즌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특정개인의 UCC로 인해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 사회적 규제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개인 창작물이지만 사회적 공표를 통해 타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공적 책임의식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 고민하는 포털업계

포털업계는 요즘 고민이 깊다. ‘UCC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대선은 포털업계에선 분명 ‘특수(特需)’요인이다. 하지만 자칫 선거법을 위반한 UCC로 인해, 회사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어 마냥 즐거워만 할 일은 아닌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타 포털과는 달리 대선을 그냥 덤덤하게 넘긴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선 관련 특집 페이지 등을 만들 계획이 아직은 없다”며 “더 구체적인 논의는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기회인 동시에 위험요인이기도 하다”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특집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포털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중앙선관위 전문가를 초, 선거법 좌담회를 열고 내부 직원을 상대로 선거법 교육을 실시했다.

법조문만으로는 최근 인터넷 현실에 쉽게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관위 관계자를 초청해 실제 적용사례를 들어본 것.

포털 다음 역시 올 상반기 안에 대선 특집페이지를 만드는 등 여러 서비스를 준비중이지만, 사용자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 특정 후보 편중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동영상 전문사이트인 판도라 TV와 디시인사이드 역시 최근 UCC 선거전략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정당 및 선관위와의 교감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일반 네티즌이 아닌 선거운동원이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수단으로 UCC를 활용할 수도 있어 걱정된다”며 “대선 특수보다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무사히 대선을 지나는 게 제일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 야후, 다음 등 포털 관계자들이 비공식 회의를 통해 UCC 관련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 美 중간선거때 UCC영향력은

지난해 미국을 이끈 화두는 ‘웹2.0’이었다. 웹2.0이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창조한 콘텐츠(UCC)로 서비스를 구성하는 인터넷 산업의 신조류를 뜻한다.

1인 미디어 블로그를 모은 테크노라티,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이 웹2.0 사이트에 속한다.

지난해 11월 7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할 수 있었던 데는 웹2.0의 역할도 컸다. 특히 51대49로 아슬아슬하게 공화당의 과반 의석을 빼앗아 온 상원 선거에서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은 유튜브에 공개된 동영상 UCC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후보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의 유세 활동을 낱낱이 찍어 약점 부분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벌였다.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후보인 민주당 제임스 웹의 선거를 돕던 인도계 청년은 상대 후보인 공화당 조지 앨런 의원의 연설을 캠코더로 찍다가 대특종을 했다.

앨런 의원이 그를 가리키며 “저 친구 이름이 뭔지 모르지만 ‘마카카(원숭이)’가 좋을 것 같다”며 “마카카가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비아냥거린 것. 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자 앨런 의원은 순식간에 인종차별주의자로 찍혀 신인 웹에게 의석을 빼앗기고 말았다.

몬태나주 상원의원이었던 공화당 콘래드 번스도 농장법안 공청회 도중 잠깐 조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랐다가 몬태나주 농민들의 공분을 사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이달 17일 한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7%, 미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11%가 중간선거 기간 중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인터넷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이 올린 견해를 다른 웹사이트에 퍼 나르는 등의 정치적 참여를 했다. 특히 이 중 8분의 1은 자신이 직접 음성 또는 동영상 파일을 만들어 올렸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선거 기간 동안 이 같은 활동에 제재를 가하거나 UCC나 웹2.0과 관련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는 보도는 없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이다 보니, 인터넷에 정치인을 조롱하는 패러디가 올라와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누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면 된다.

오히려 미국 정치인들은 웹2.0 트렌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머리를 쓰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인 힐러리 클린턴과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최근 잇따라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들 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오프라인 기자회견이 아닌 인터넷 동영상과 채팅을 통해 가장 먼저 알렸다. 21세기의 표심은 웹2.0에 있다고 이들은 믿고 있는 듯하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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