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북한 주석은 사망 직전 까지 매일 10여 시간의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다 급성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중국 상하이(上海)의 1급 작가인 예융리에(葉永烈)가 26일 밝혔다.
상하이작가협회 전업작가로 정치가들의 인물 전기를 주로 써온 저명작가인 예씨는 광둥(廣東)성 정협이 발간하는 월간지 동주공진(同舟共進) 최근호에서 이같이 밝혔다.
예씨는 ‘조선의 진실을 알린다’는 글을 통해 김 주석이 1994년 7월8일 새벽 2시에 심장박동이 멈췄으며 그의 사인은 급성 심장병이었다고 전했다.
글에 따르면 사망 당시 피로가 누적된 82세의 김 주석은 묘향산 별장에 머물면서 전날까지 당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던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건을 검토했다. 김 주석은 문건을 검토한 뒤 ‘1994.7.7’라는 일자와 함께 서명했다.
김 주석의 생전 마지막 서명이 담긴 이 문건은 판문점의 기념비에 보관돼 있다.
예씨는 김 주석은 이날 밤 돌연 쓰러지자 의사가 달려와 급성 심장병으로 판정했지만 김 주석이 평소 심장병을 앓은 적이 없어 담당의사가 미처 응급약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주석이 쓰러진 후 북측은 긴급히 헬기를 불렀지만 날이 어두운데다 거센 바람과 폭우로 헬기가 묘향산상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두 번째 헬기가 간신히 묘향산 별장 앞마당에 내려앉아 김 주석을 평양 봉화의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손을 쓰기는 늦었다.
예씨는 급작스런 부친의 사망으로 비통에 잠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추도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20일로 연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추도대회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김 주석 사후 한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온갖 억측을 불러 일으켰다.
예씨는 당시 미국이 김정일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씨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해 7월 이전 북한을 방문해 소식통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예씨의 주장은 북한 당국이 밝힌 공식 사망 경위와 다르지 않지만 사망 당일의 구체적인 정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