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일본 도쿄(東京)의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자신의 생명을 바친 고(故) 이수현(사진)씨의 6주기 추모회 및 영화시사회가 26일 도쿄 일본소방회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행사에는 아키히토(明仁) 일본 천황 부부를 비롯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부부, 이지마 히데타네(飯島英胤) 일한경제협회장, 라종일 주일 한국대사 부부, 재일동포 야구선수 장훈씨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가했다.
특히 아키히토 천황 부부는 이수현씨의 일대기를 담은 한일합작영화를 2시간여 동안 관람하는 등 이례적인 성의를 보였다. 천황 부부가 민간 영화시사회에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본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천황 부부는 사고 직후 이수현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씨의 부모 이성대, 신윤찬씨를 황궁에 초대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천황 부부는 “뭐든지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는 취지의 말로 이씨 부모를 위로했다고 한다.
추모 영화 제작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천황 부부는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번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황 부부는 영화가 끝난 뒤 이씨의 부모와 주연배우인 이태성씨 등 영화 제작 관계자들도 만나 격려했다.
일본의 정신적 지주인 천황의 이 같은 파격적인 우의 표시는 향후 한일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나루히토(德仁) 황태자도 ‘한중일 우정의 가교 콘서트 2007’에 참가해 우호 무드를 조성하는 데 한 몫 했다.
추모 행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수현(LHS) 장학회’의 다니노 사쿠타로(谷野作太郞) 회장은 “이씨의 영화는 생명의 존엄성이 경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은 “이씨에 대한 영화를 촬영하면서 생명의 귀중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이수현 장학금을 받고 있는 아시아지역 학생들과 이씨가 다녔던 일본어학교 재학생들도 대거 참석해 이씨의 의로운 희생을 기렸다. 이씨의 용기있는 행동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보내준 위로금으로 만든 이수현 장학금은 일본에서 공부하는 아시아 16개국 281명의 학생에게 수여되고 있다.
이씨의 아버지 이성대씨는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수현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 고맙다”며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족과 영화 관계자 등은 이날 오후 6시45분 이씨가 숨진 신주쿠(新宿)의 JR오쿠보(大久保) 역을 찾아 헌화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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