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혁명 이후 생산한 고구려ㆍ발해 관련 논문이 모두 1,800여 편이에요. 우리 사회가 중국의 한국 고대 역사 왜곡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는 ‘동북공정’은 하나의 ‘문패’입니다. 이제 그 문패를 떼겠다는 것일 뿐이지요.”
사단법인 고구려연구회 서길수(서경대 교수) 이사장은 이 달 31일 막을 내리는 중국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밝혔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자국 국경 내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그 주체였던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설립된 것은 1983년이었다. 즉 ‘동북공정’의 종료는 중국 정부가 연구비를 지급한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의미일 뿐, 역사 침탈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동북공정 중단하라’고 부르짖었는데, 이제 그들이 ‘그래 안 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서 교수는 우리의 이 자가당착이 ‘중국의 역사침탈= 동북공정’이라는 단순한 용어 혼동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측의 역사 도발에 대해 사례별ㆍ사안별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역사의 줄거리를 확실히 확보하는 것입니다.”그는 우리 학자 가운데 고조선 땅이 어디서 어디까지였고, 고구려 영토의 경계가 어디였는지 자료를 근거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중국의 <변강론> <변강학> <통일적 다민족국가> 등이 우리가 지금껏 하지않은 그 연구의 성과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측의 산발적인 대응에 좌우되지 않는 우리 고대사의 확고한 기준과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통일적> 변강학> 변강론>
서 교수는 고구려연구회 주최로 2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중국의 동북공정 5년’ 학술대회에서 ‘중국 동북공정 5년의 성과와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중국 역사 침탈의 무게중심이 2004년 이후 변강사지연구중심에서 ‘길림성사회과학원’으로 이미 이동했음을 밝힐 예정이다. “고구려 관련 논문의 경우 동북공정에서 채택한 연구과제가 단 5편인 반면, 길림성사회과학원 학술지인 <동북사지> 에 발표된 눈문은 그 20배가 넘는 106편입니다. 발해 논문이 동북공정은 6편, <동북사지> 는 17편이고요.” 동북사지> 동북사지>
그는 동북공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전문가위원회 위원인 장푸유(長福有)가 <동북사지> 의 사장에 취임한 점을 들어 “모든 비판적 시선이 동북공정에 쏠린 사이 중국이 역사 침탈의 주력을 이동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사지>
서 교수는“이제는 문패가 아니라 건물을, 빗방울 하나가 아니라 폭우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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