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고려대 교수의회는 26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이 총장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한 뒤 다음 달 2일 표절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총장 해임 요구 등 징계 및 거취에 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은 추후에 재논의키로 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교수의회는 이날 이 총장의 표절 의혹을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의 1차 조사결과를 공식 통보 받고 향후 일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재적의원 36명 가운데 30명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쉬는 시간 없이 오전 10시30분부터 4시간 가량 계속됐다. 그러나 정작 보고서 내용에 대한 검토는 착수조차 못할 정도로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주로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한 의원은 “조사 내용이 사전에 언론에 유출된 경위와 공식발표 전 결과를 총장에게 통보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공정성 논란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조사위는 이에 대해 “총장 임면권을 가진 재단 이사회가 요청해 구두 통보를 한 것이며 정치적 의도나 공정성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조사위에 외부인사가 참여하게 된 배경을 두고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교수의회는 표절 여부에 대해 31일까지 서면으로 이 총장 소명을 받은 뒤 다시 논의키로 했다. 교수의회 의장인 배종대(법학) 교수는 “의견이 갈릴 경우 표결도 가능하다”며 판단을 유보해 최종 결과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교수의회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 총장 해임이나 자진 사퇴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표절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해도 방어적 입장에 치우쳤던 이 총장측이 중간 조사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직후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가며 발빠른 대응을 보인 것도 해임이란 극단적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총장의 한 측근은 “거취 문제가 포함된 만큼 표절 여부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총장 소명을 거치면 ‘표절이 악의적 수준은 아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려대도 이날 교무위원 일동 명의로 학교 홈페이지에 “성급한 판단이나 무책임한 발언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조사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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