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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알파걸' 새로운 슈퍼파원 계층의 탄생 '알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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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알파걸' 새로운 슈퍼파원 계층의 탄생 '알파걸'

입력
2007.01.2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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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 / 댄 킨들런 지음ㆍ최정숙 옮김 / 미래의 창 발행ㆍ262쪽ㆍ1만원

“여성들에게 책임을 맡겨라. 그러면 감당할 능력이 생긴다.(…) 조만간 여성들이 완전한 경제적ㆍ사회적 평등에 도달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이며, 이를 통해 내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49년 <제2의 성> (1949)에서 낙관적 의지를 담아 예견했던 ‘내면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고, 그 중심에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인 ‘알파걸(Alpha Girls)’이 있다는 게 심리학자 댄 킨들런의 논쟁적인 저서 <알파걸> 의 요지다.

저자는 미국과 캐나다의 15개 학교를 방문해 “재능 있고 성적이 우수하며 리더이거나 앞으로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인종ㆍ계층의 야심만만한 소녀 113명을 인터뷰하고 900여 명의 소녀들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그가 확인한 이들이 알파걸이다.

●알파걸: 성실하고, 낙천적이고, 실용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며, 개인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평등주의자인, 그러면서 관심 영역이 광범위해 인생의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유능한 소녀집단.(203쪽)

이들은 ‘혁명의 딸’이다. 참정권과 스포츠 참여권, 낙태 합법화를 위해 싸운 여성해방운동가들의 딸이자 손녀로 그 투쟁의 열매를 쥐고 태어난 첫 세대다. “순응 아니면 반항, 억압 아니면 저항. 이것이 알파걸 세대 엄마에게 주어진 선택”이었다면, 알파걸은 “1980~90년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배타적이고 호전적인 페미니스트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저는 여권주의자가 아닌 평등주의자예요.”(몰리ㆍ17세)

알파걸은 또 과거 아버지들이 아들에게나 쏟았을 관심을 받고 자라며,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관을 전수 받았다. 어머니만이 더 이상 딸의 역할모델이 아닌 것이다. 직업관 역시 ‘여성적’ 관습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은 계란 거품기와 전기톱 둘 다 능숙하게 다룬다.”(202쪽)

저자는 전통적인 심리학과 지능, 신체적 특징 등을 둘러싼 성(Gender) 편견을 다양한 연구성과와 인터뷰를 통해 논박한다. 과거 심리학이 규정했던 사춘기 소녀의 특징들, 즉 낮은 자부심과 정서장애(우울증/불안), 타인 위주 가치관, 관계 지향, 감정적 스타일은, 적어도 알파걸에게는 낯선 가치관이다.

이들이 이끌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 이를테면 고등교육에서의 여성 우위, 직종 성역(性域) 파괴, 성 소득격차의 급격한 해소, 사랑ㆍ결혼관의 변화와 가정의 변화 등은 더 멀리 깊숙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이들의 진군으로 위축된 남성에게 저자는 “알파걸 세대가 성인이 되는 미래 세계에서 우리 아들들은, 혁명의 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름대로의 ‘내면 변화’를 거쳐 전통적인 남자의 핵심적 특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위로한다. “세계를 운영해야 하는 부담, 골칫거리들을 알파우먼들한테 해보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여자들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남자들은 더 오래, 스트레스도 덜 받으며 살 수 있고, 아직까지 미처 개발하지 못했던 남성의 다른 면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199쪽)이기 때문이다.

보부아르는 위 책에서 “자유만이 (억압의) 굴레를 깨뜨릴 수 있다”고 적었다. 그리고 <알파걸> 의 저자는 책의 말미에 “알파걸 정신은 우리 역사의 중심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한 자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물론 어느 사회에도 여전히 “너무 똑똑하면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을까 봐 자신의 학습능력을 드러내기를 주저한다”고 했던, 페기 오렌스타인의 책 <여학생> (1994) 속의 여학생들이 있다.

그러므로 ‘알파걸’을 10대 소녀의 상징으로 미화할 수도 없고, 일반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머리 위에 얹힌 ‘유리천장’(소수자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천장)을 과연 효과적으로 해체할지 낙관할 수 없고, 그 과정에 무수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새롭고 야무진 계층은 지금 여기 우리 곁에서 희망처럼 자라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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