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년 학부모단체 등이 중ㆍ고교 교복 값 거품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심지어 교복 한 벌 값이 성인 고급 양복값을 넘는 70만원 짜리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이 정도면 동ㆍ하절복에 체육복까지 합해 연간 교복 값이 100만원을 넘어 일반 서민 가계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교육적 차원에서도 교복 값은 이렇게 방치해 둘 일이 아니다.
수입원단을 사용했다느니, 100% 모직의 프리미엄 제품이라느니 하는 얘기가 교복에 가당키나 한가. 업체들이 영리에만 급급해 교육의 근본 정신조차 외면하는 행태다.
한때의 교복자율화에서 다시 교복 착용으로 회귀한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경제력으로 인한 옷차림의 차이가 학생들 사이에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비교육적 부작용이 컸던 때문이다. 그런데 제품 브랜드나 가격에 따라 구분지어진다면 사복 착용과 다를 게 없다.
우선 교복업체들부터 정신을 차릴 일이다. 지난 해 공정거래위로부터 가격담합과 고가경품 제공으로 시정명령에다 벌금까지 부과 받고도 전혀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
대형 3사가 지방 구석구석까지 뻗친 유통망과 연예인 등을 동원한 광고 공세로 연간 3,000억원의 교복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부터가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교육당국과 학교가 풀어야 한다. 학부모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 값을 20만원 이하로 어렵게 떨어뜨린 사례도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가 교복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등 전면적인 교복 값 거품빼기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학교가 업자와의 담합 의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복 값 논란은 교육 문제다.
시장에 맡겨 둘 일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당국과 학교가 당연히 개입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실 안에서조차 부모의 경제능력 차이로 어린 학생들이 상처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