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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비(Gobi)' 고비 사막…적막의 어두움에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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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비(Gobi)' 고비 사막…적막의 어두움에 울부짖는다

입력
2007.01.2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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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Gobi) / 최승호 지음 / 현대문학 발행ㆍ152쪽ㆍ7,500원

사막의 문체를 찾아 떠났다고 했다. 그 아득한 무(無)의 공간에서 그는 회화적 이미지즘을 버리고, 반복과 리듬의 새 문체를 얻었다. <대설주의보> 의 시인 최승호(43)씨가 몽골 고비사막을 횡단하며 쓴 시들을 열두 번째 시집으로 엮었다.

그곳은 풀이 “시체에 붙어 있는 거웃들 같”(<풀> )고, 지평선의 충격으로 “어떻게 사방에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절규해야 하는 곳이다. 거기서 그가 만난 것은 적막과 고독과 불안과 공포. 그는 “고독은 절대로 진화하지 않는다”고 부르짖는다. “고비의 쌍봉낙타가/ 사하라의 단봉낙타보다/ 덜 고독한 것은 아”니며, “생쥐만한 낙타든/ 대왕고래만한 낙타든/ 하나의 고독이 하나의 몸을 등뼈처럼 찌르고 있는 것”( <고독의 진화> )이기 때문이다.

“적막이 사자처럼 포효하는 소리”를 들은 시인은 “나의 말들은 저 적막에게 먹힐 것”이라며 공포에 떤다. “모든 의미들은 적막의 이빨에 씹힐 것이며 소리들은 적막의 목구멍으로 흘러들 것이다”.(<포효> ) “누가 쓴 적도 없고/ 누가 읽은 적도 없는/ 황갈색 노토”인 사막에는 “인간의 흔적이 무슨 없애야 할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노여운 바람”이 불고, “무 위의 얇은 문자들/ 내 글씨”는 “바람에 휘날린다.” “불안조차 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 이오네스코”처럼 이제 그는 “무를 형상화해야 한다.”( <황갈색 노트> )

형상으로 무에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사막은 시인의 공간이다. 사막의 문체를 찾고 싶다는 시인의 화두는 그래서 옳다. 그러나 단일 공간에서 겹치는 소재와 주제들을 다루다 보니 시집 전체가 동어반복적인 느낌도 든다.

사막의 정경을 담은 흑백사진 몇 컷이 시집에 덧붙여졌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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