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대선과 관련해 몇 가지 뼈 있는 얘기를 했다. 당장 여당의 지지율이 낮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실물경제능력이 대선에선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 등 두 가지다. 표류하는 여권을 추스르고, 독주하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선거구도는 바뀐다”며 현재 지지율을 앞세운 대선전망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때도 1위 후보(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떨어졌다. 심각한 권력누수가 있다고 할만큼 대세가 기울었지만 정권을 교체했다”며 “지난 번(2002년)에도 여권의 대항마가 있는 것 같았지만 결국 그 대항마가 아니고 이맘때 지지율 5% 아래이던 내가 후보가 됐다”고 대선 판세의 가변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당시 내가 속한 당의 의원들이 바깥 후보(정몽준 의원)와 내통하는 현장이 국민에게 포착되면서 내가 다시 살아났지 않느냐”며 “이제는 막판에 바로 지지율이 오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한 편의 드라마로 표현하며 “지금 우리당 지지율이 낮다고 포기하고 다 떠나지 말라.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라며 “전 세계에 경제를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있고 정치인도 있다”고 했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게 틀림없다. 때문에 정치권에는 “고건 전 총리를 집중 견제하던 노 대통령이 고 전 총리 낙마 후 과녁을 이 전 시장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번 대선에서 경제가 아닌 사회복지, 인권, 민주주의 등을 축으로 전선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념과 노선 중심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나라당을 보수ㆍ기득권 세력으로 고립시키고 흩어진 여권의 지지 층을 다시 규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대선에 미칠 영향에 개의치 않고 할 일을 하고, 공격을 하면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노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이 주목되는 대선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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