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총수들이 25일 밤 강신호(동아제약 회장) 현 회장을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1대 회장으로 재추대키로 한 것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부인과의 황혼 이혼과 차남(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과의 동아제약 경영권 갈등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으나, 대통령 선거로 정치권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강 회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강 회장은 힘있는 회장은 아니지만, 무색무취의 중립적 이미지인데다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최근 3년간 참여정부와 나름대로 호흡을 맞춘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 때문인지, 이건희 삼성 회장 등 회장단은 예상외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전폭적인 지지로 강 회장을 추대했다. 이는 제30대 회장을 뽑던 2년전에는 강 회장이 회장단 추대를 받지 못하고 전형위원회 추천을 통해 자리에 올랐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요컨대 강 회장 연임에 대해 재계 총수가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참석자 전원이 강 회장에게 연임을 적극 권유했으며, 개인 사정상 회의에 불참한 총수들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강 회장의 최대 과제로 ▦전경련의 실추된 위상 회복 ▦재벌 이익만 대변하는 단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는 것을 꼽고 있다. 표를 의식한 대선 주자들이 반 시장적, 반대기업적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큰 만큼 재계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전경련은 무조건 재벌을 옹호하는 단체’라는 비난 여론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일자리 창출, 부진한 투자 회복, 규제 혁파 등 각종 현안을 풀어 나가는 것도 시급한 현안이다.
강 회장 개인으로선 재추대 과정에서 실추된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 회장은 집안문제로 연임이 불투명해지자, 회장단 회의를 하루 앞두고 아들과 극적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약체 재계총리 체제’가 지속되면서 전경련 위상은 계속 떨어지고, 정부의 대 재계파트너도 대한상의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반 재벌, 친 중소기업 성향을 보여온 참여정부가 최근 대한상의와 정책협의를 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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