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적신호로 여겨지는 허리둘레 기준은 당뇨, 고헐압, 고콜레스테롤 등 합병증의 위험신호와 관련이 깊다. 각국의 연구 결과 세계 복부비만 기준은 남성 36인치 이상, 여성 34인치 이상이다. 아시아인의 경우 이보다 엄격한 남성 90㎝(35인치), 여성 80㎝(31인치)를 기준으로 삼아왔다. 허리둘레가 더 작아도, 합병증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허리둘레 기준은 이러한 합병증 위험의 시작이 한국인에게는 정확히 언제부터냐를 조사한 것이다. 민족에 따라 기준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는 당뇨병과 골다공증의 발병이 급증하는 허리둘레 기준치를 찾았다. 조 교수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6년간 경기 안성시 주민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허리둘레 87㎝(34인치), 여성은 83㎝(32인치)가 넘으면서부터 당뇨병과 골다공증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비만 집단의 당뇨, 골다공증 발생률은 허리둘레가 그 이하인 집단보다 각 2.2배, 2.6배나 높았다.
하지만 허리둘레 자체가 곧 내장지방량과 같지는 않다. 각종 합병증의 직접 원인이 내장지방임을 감안한다면 허리둘레가 일정 기준을 넘는 환자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내장지방의 양을 측정해서 위험도를 가늠해야 한다. 서구의 경우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내장지방량은 100㎠로 통용된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준치는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팀이 연구했다.
염 교수는 6년간 비만클리닉을 찾은 남녀 413명을 대상으로 복부의 내장지방량과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측정한 결과 내장지방이 103.8㎠를 넘으면 위험도가 급증하는 것을 확인했다.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혈당, 혈압, 허리둘레, 콜레스테롤이라는 4개의 위험요인 중 2개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염 교수는 이 내장지방량을 허리둘레로 환산, 남성 89.9㎝(35.4인치), 여성 86.1㎝(33.9인치)를 기준치로 계산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식과는 달리 한국인이 더 많은 내장지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내장지방량이 꼭 허리둘레와 비례하지는 않으므로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허리둘레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내장지방을 재보라는 권고로 받아들이고, CT 촬영으로 정확한 지방량을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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